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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책)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책)
제목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
원제 Vous n'aurez pas ma haine
저자 앙투안 레이리스(Antoine Leiris)
옮긴이 양영란
그린이
출판사 쌤앤파커스
출간일 2016.11.13
쪽수 144
ISBN13 9788965703709
ISBN 8965781736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

목차

1 책 소개

교보문고에서 카드뉴스 형식으로 책을 소개했다. 글 대신 사진으로 설명을 대체한다.

2 이 책을 읽은 이유

프랑스 테러로 삶이 만신창이가 된 한 남자의 숭고한 결심을 담은 글을 봤다.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싶었다.

3 읽은 시기

2019년 7월 21일

4 인상적인 글귀

아래 글은 저자가 파리 테러가 일어난 지 사흘 뒤인 2015년 11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이 편지 형식의 글이 책의 단초가 되었으며, 책의 제목이 되었다.

금요일 저녁 당신들은 예외적인 한 사람, 내 필생의 사랑이자 내 아들의 어머니인 한 여인의 생명을 도둑질했다. 그렇지만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 나는 당신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지만 알고 싶지도 않다. 당신들은 죽은 영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신들에게 맹목적인 살인마저 요구하는 신이 정말로 우리를 그의 모습대로 만들었다면 내 아내의 몸에 박힌 총알 하나하나가 그 신의 심장에도 상처를 냈을 것이다.

아니, 어림없다. 나는 절대 당신들에게 증오라는 선물 따위는 줄 마음이 없다. 당신들은 그걸 원했을 테지만, 증오에 분노로 답하는 것은 당신들을 지금의 당신들로 만든 그 무지함에 굴복하는 것일 터이다. 당신들은 내가 두려움에 떨고, 내 이웃들을 경계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내가 안전을 위해 자유를 희생시키기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당신들은 패배한 것이다. 나는 여전히 시합을 계속 중이니.

나는 오늘 아침 그녀를 보았다. 여러 날을 밤낮없이 기다린 끝에 드디어 만난 것이다. 아내는 그 금요일 저녁에 집을 나설 때처럼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내가 12년도 더 전에 미친 듯이 사랑에 빠졌을 때와 똑같이 아름다웠다. 물론 나는 그녀를 잃은 슬픔으로 만신창이가 된 것이 사실이다. 그 점에 있어서는 당신들이 승리했음을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당신들이 얻은 그 승리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나는 아내가 매일 우리와 함께 할 것이며, 당신들은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들의 천국에서 우리가 다시 만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아들과 나, 우리는 이제 둘이 되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세상 모든 군대보다도 강하다. 나에게는 당신들에게 할애할 시간조차 없다. 낮잠에서 깨어난 멜빌에게 가 봐야 하기에. 그 아이는 이제 겨우 열일곱 달이 되었다. 아이는 언제나처럼 간식을 먹어야 하고, 그러고 나면 우리는 언제나처럼 함께 놀 것이다. 이 어린 사내아이는 감히 평생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삶으로써 당신들에게 도전할 것이다. 당신들은 이 어린 아이에게서조차도 증오심을 가져갈 수 없을 것이다.

- 61~62쪽

저자의 삶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세상은 평소처럼 돌아간다.

금요일 이후, 시간의 유일한 주인은 멜빌이다. 아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지휘봉으로 우리의 삶에 리듬을 부여한다. 잠에서 깨어나 밥을 먹고 낮잠을 자고 기저귀를 간다. 시곗바늘이 몇 시를 가리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세상이 언제 잠에서 깨어나야 하는지는 그 아이가 결정하니까. 그러면 나는 그 아이의 세상이 온전할 수 있도록 얌전히 그 결정에 따른다. 나는 매일 멜빌이라는 메트로놈에 맞춰서 모든 음표를 존중하려 애쓰며 같은 교향곡을 연주한다. 일어나기. 껴안기. 아침식사. 놀이. 산책. 음악. 점심식사. 옛날이야기. 껴안기. 낮잠. 일어나기. 간식. 산책. 장보기. 음악. 목욕. 베이비로션 바르기. 저녁식사. 책 읽어주기. 껴안기. 잠자기.

- 69~70쪽

"변을 당한 건 당신인데, 그런 당신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군요!" 라는 편지를 받고 나서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우리는 멀찍이 떨어져서 무언가를 바라볼 때면 늘 가장 참혹한 것에서 살아남은 자를 영웅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나는 내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안다. 운명이 칼을 뽑았고, 그래서 일이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운명은 나에게 내 의견 따위는 묻지 않았다. 내가 그런 일을 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따위는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운명은 그저 엘렌을 데려갔고, 나는 그녀 없이 혼자 잠에서 깨어나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 후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가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나한테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 105~106쪽

장례식 날 아들 멜빈을 빌려서 저자가 쓴 편지의 일부를 소개한다.

아빠가 둘이서 잘해보자고, 그리고 잘 안 될 땐 엄마를 생각하자고 했어요. 엄마는 늘 우리랑 같이 있을 거라면서요. 아빠는 엄마 친구들 모두에게 내 앞으로 편지를 한 통씩 써달라고 부탁했어요. 내가 크면 읽어볼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러면서 우리 두 사람만 엄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두 사람만큼 엄마를 많이 사랑한 사람들은 없다고 말했어요. 아빠는 또 어린 아이들은 세 살 이전 일은 기억하지 못한다지만 엄마와 보낸 열 일곱 달이 나를 미래의 어른 남자로 만들어줄 거라고도 했죠.

- 120~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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