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를 말하다(책)"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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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학교 안의 활달한 나와 학교 밖의 주눅든 나 중에서 나만은 진짜 나를 알고 있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정말로 잘 모르겠다. 어디까지가 배역이고 어디부터가 나인지. 항상 ‘’’’인생은 레벨 업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다.’’’’라고 믿는데, 옛날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레벨업한 버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옛날의 나로부터 지금의 나까지를 모두 다 품은 내가 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는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더 넓어진 나야말로 더 나아진 나일지도 모른다. - 30~31쪽
 
옛날에는 학교 안의 활달한 나와 학교 밖의 주눅든 나 중에서 나만은 진짜 나를 알고 있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정말로 잘 모르겠다. 어디까지가 배역이고 어디부터가 나인지. 항상 ‘’’’인생은 레벨 업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다.’’’’라고 믿는데, 옛날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레벨업한 버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옛날의 나로부터 지금의 나까지를 모두 다 품은 내가 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는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더 넓어진 나야말로 더 나아진 나일지도 모른다. - 30~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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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공부를 하면서 배운 것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포즈(pause)’ 즉 ‘잠깐 멈춤’의 중요성이었다. 말의 매력과 집중도를 높이는 것은 이 ‘잠깐 멈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것은 너무도 중요한 기술이라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그에 대한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다. 말을 매력적으로, 힘있게 하는 사람들이 어디서 말을 끊고 다시 이어가는지를 관찰해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특히 법정 드라마의 변론 등을 유심히 들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최근에 나는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샤론 최의 동시통역과 함께 두 언어의 호흡을 어떻게 끊고 이어가는지를 관찰하며 또 많이 배웠다. 이 기술을 잘 사용하려면 기본적으로 문장 구조를 잘 이해해야 하고 본능적인 타이밍 감각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분명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나아질 수 있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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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성우 공부를 했던 1년은 내 직업 인생에서 ‘잠깐 멈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보기엔 곁길로 샌 것 같았겠지만 내겐 무척 중요한 1년이었다. 처음 만난 내게 대뜸 성우가 되어보라고 권했던 옛날의 그분께 문득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분이 툭 건넨 말 한마디가 씨앗이 되어 내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나는 이제 말하기 책을 쓰는 사람까지 되었으니까. 말의 힘이 이토록 크다. -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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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8일 (수) 20:25 판

‘말귀가 트이’고 ‘말문이 막히’듯, 말은 드나드는 속성을 지녔다. 나온 말은 ‘펀치 라인’이 되어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하고,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실수’가 되기도 한다. 나오지 않은 말은 가슴에 남아 한 사람의 신념이 되기도, 평생의 한이 되기도 한다. 지금 내겐 갑작스럽게 떠난 둘째 고양이 고로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이 가슴에 남아 있다. 남은 말은 오히려 그를 그리는 구심점이 되니 말의 작용이 이토록 신묘하다. 수어를 포함하여, 말은 인간됨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서로에게 가닿게 하는 소중한 기술이다. 그럼에도 우리 대부분이 한 번도 배우지 못했고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분야다. 이 책은 말하기라는 거대한 세계를 탐색하는 작지만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 8쪽


옛날에는 학교 안의 활달한 나와 학교 밖의 주눅든 나 중에서 나만은 진짜 나를 알고 있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정말로 잘 모르겠다. 어디까지가 배역이고 어디부터가 나인지. 항상 ‘’’’인생은 레벨 업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다.’’’’라고 믿는데, 옛날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레벨업한 버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옛날의 나로부터 지금의 나까지를 모두 다 품은 내가 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는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더 넓어진 나야말로 더 나아진 나일지도 모른다. - 30~31쪽


성우 공부를 하면서 배운 것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포즈(pause)’ 즉 ‘잠깐 멈춤’의 중요성이었다. 말의 매력과 집중도를 높이는 것은 이 ‘잠깐 멈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것은 너무도 중요한 기술이라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그에 대한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다. 말을 매력적으로, 힘있게 하는 사람들이 어디서 말을 끊고 다시 이어가는지를 관찰해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특히 법정 드라마의 변론 등을 유심히 들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최근에 나는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샤론 최의 동시통역과 함께 두 언어의 호흡을 어떻게 끊고 이어가는지를 관찰하며 또 많이 배웠다. 이 기술을 잘 사용하려면 기본적으로 문장 구조를 잘 이해해야 하고 본능적인 타이밍 감각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분명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나아질 수 있는 기술이다.


뜬금없이 성우 공부를 했던 1년은 내 직업 인생에서 ‘잠깐 멈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보기엔 곁길로 샌 것 같았겠지만 내겐 무척 중요한 1년이었다. 처음 만난 내게 대뜸 성우가 되어보라고 권했던 옛날의 그분께 문득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분이 툭 건넨 말 한마디가 씨앗이 되어 내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나는 이제 말하기 책을 쓰는 사람까지 되었으니까. 말의 힘이 이토록 크다. - 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