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트렌드 2020(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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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트렌드 2020(책)
제목 블록체인 2020, 5G부터 IoT까지, 초연결 사회를 어떻게 선도할 것인가
원제 상동
저자 커넥팅랩
옮긴이
그린이
출판사 비즈니스 북스
출간일 2009.6.18
쪽수 384
ISBN13 9791162540886
ISBN 1162540885
블록체인 트렌드 2020 (5G부터 IoT까지, 초연결 사회를 어떻게 선도할 것인가)

19세기에는 자동차가, 20세기에는 인터넷이 있다면 21세기에는 블록체인이 있다. - 돈 탭스콧(<블록체인 혁명> 저자)

목차

1 프롤로그

블록체인은 머신 인터페이스로 활용될 것이다.

블록체인은 초연결 시대의 흐름과 함께 다양한 트렌드를 이끌 것이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거래’의 개념을 재정의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시대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거래는 중개자를 통해 진행된다. 온,오프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의 신용거래는 카드사가, 부동산 매매를 위한 임대인과 임차인의 거래는 공인중개사가, 해외 송금을 위한 외환거래는 은행이 거래를 중개한다. 중개자들은 거래하는 상대방의 신원과 상품을 보증하는 역할을 하는데, 특히 인터넷의 등장 이후 타인과의 거래를 위해 중개자의 존재는 필수가 되었다. 그 결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거래가 가능해졌지만 수수료라는 거래 비용이 가중되었다.

블록체인은 중개자라는 ‘신뢰’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위조가 불가능한 원장 기반의 데이터로 거래를 중개하는 것이다. 이는 중개 수수료로 인한 거래 비용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위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의 특성을 통해 참여자들의 신원도 보증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거래의 주체가 사람에게 ‘사물’까지 확대된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여 냉장고가 우유를 주문하고, 자율주행차가 주차장에서 주차료를 정산하는 모습 등 사물의 경제 활동을 머지않아 보게 될 것이다.

2 들어가며

블록체인 시장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는 블록체인이 인터넷과 같은 기반 기술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확장이라면, 블록체인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신뢰다.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해 투입되던 비용과 시간을 블록체인으로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는 2018년 비즈니스에 영향을 줄 10대 기술 중 하나로 블록체인 기술을 선정했고, 그 부가가치가 2030년에 3조 1천억 달러(약 3,53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나라는 암호화폐를 법적 화폐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 중국: 암호화폐를 엄격히 규제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에 공개된 블록체인 특허 중 48퍼센트를 확보. 

- 일본: 2016년 자금결제법을 개정하여 암호화폐를 공식 결제 수단으로 인정. 

- 미국: 암호화폐 규제와 블록체인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며 민간 기업들과 함께 블록체인 산업 육성. 미국 국세청(IRS)은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해 세금을 부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암호화폐를 디지털 자산으로 분류해 관리하려는 움직임 보임. 즉, 암호화폐 자체를 제도권 내로 편입시켜 규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됨.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의 현황

- 삼성전자: 블록체인 키스토어. 갤럭시 S10부터 스마트폰에서 가상화폐 송금을 지원하는 기술.

- 네이버: 링크. 일본 라인을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플랫폼.

- 카카오: 클레이튼. 카카오톡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 월마트: 푸드 트러스트. 식품이 원산지에서 소비자 식탁까지 가는 이력을 추적해 분산 기록.

- 페이스북: 블록체인 전담 부서를 만들어 자사 전용 스테이블 코인 발행.

- 아마존: 이커머스가 아닌 AWS를 중심으로 블록체인의 서비스화.

3 제1장 블록체인이 미래다

3.1 블록체인, 한 번에 이해하기

블록체인은 ‘나카모토 사카시’라고 불리는 익명의 프로그래머가 2009년에 만든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이다.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 열풍에 가려져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블록체인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 기술을 기반으로 거래를 구현하기 때문이다. 원장(ledger)은 거래를 기록하고 확인할 목적으로 보관하는 거래 내역 장부를 말한다. 기존에는 보안을 위해 정부나 기업 같은 관리 주체의 중앙 서버에 원장을 보관했다.

하지만 분산원장은 중앙 서버가 아닌 사용자들의 저장 공간에 보관되고 사용자들에 의해 관리된다. 관리 주체가 담당하던 거래 내역 검증과 부정 거래 탐지 역할도 사용자 간 합의를 통해 자체적으로 수행한다. 한마디로 일반 사용자의 상위에 존재했던 중앙기관, 규제기관, 중개기관 같은 제3자가 필요 없다. 이것이 블록체인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인 탈중앙화다.

블록체인의 네 가지 특징

  1. 탈중앙화 - 정부, 은행 등 중개기관 없이 거래 가능
  2. 보안성 - 거래 정보를 다수가 공동으로 소유하며 관리
  3. 투명성 - 모든 거래 기록이 공개되어, 쉽게 접근 가능
  4. 확장성 - 거래 정보 원장을 기반으로 본인인증, 상품 이력 추적, 지급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로 연결 및 확장 가능

2019년 12월 한국은행에서 주최한 분산원장 세미나에서 세계은행 사례가 소개되었는데, 거기서 주장하는 내용 중 하나는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이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비즈니스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비교

구분 퍼블릭 블록체인 프라이빗 블록체인
참여자 모든 사람 참여 허가를 받은 사람
관리 주체 모든 참여자 관리기관 또는 권한이 있는 참여자
익명성 사용자 식별 불가 사용자 식별 가능
블록생성 방식 채굴을 통한 작업증명 룰 기반의 합의

3.2 왜 다시 블록체인인가

세대별 블록체인

3.2.1 1세대: 비트코인

통상적으로 비트코인을 1세대 블록체인이라고 부름.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로 탄생했으며 지급결제 수단의 역할을 담당함. 그러나 거래 속도와 블록 크기 제한으로 비즈니스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제약사항이 발생하며 한계점이 지적됨.

3.2.2 2세대: 이더리움

2014년 비탈리크 부테린(Vitalki Buterin)에 의해 개발된 암호화폐인 이더리움(Ethereum)을 통해 1세대 비트코인의 한계로 지적되었던 거래 속도와 블록 크기의 문제를 해결. 거래 속도는 20초 내외로 줄이고, 블록 크기는 무제한으로 설정.

또한,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를 통해 화폐 수단으로 밖에 사용할 수 없었던 1세대 블록체인을 어디서든 활용 가능한 플랫폼으로 확장함.

스마트 계약은 실행 조건을 블록체인에 넣고, 이 조건이 충족되면 약속된 거래가 진행되는 기능.

스마트 계약을 이용하면 블록체인에 상세한 거래 조건을 부여해 부동산 매매, 차량 임대, 보험금 청구 같은 다양한 거래를 간편히 수행할 수 있다.거래에 필요한 서류 작성 같은 별도의 과정이 생략되어 간편하고, 중개자도 필요 없기 때문에 수수료가 절감되며 처리 기간도 단축된다. 그리고 블록체인을 통해 계약 내용이 투명하게 검증되고 관리되어 부정이나 사기를 막는 것도 가능.

이더리움은 또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실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인 ‘’’디앱(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을 지원.

3.2.3 3세대: 이오스(EOS), 에이다(ADA), 퀀텀(Quatum) 등

거래 검증 방식을 변화시키 블록체인 기술.

채굴 기반의 작업증명방식(PoW)는 참여자 간 경쟁을 유도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는 단점이 있음.

여러 가지 알고리즘이 있는데 그 중 지분증명으로 거래 거증을 하는 PoS(Proof of Stake) 가 많이 언급됨. PoS는 발행된 암호화폐 중 본인이 보유한 암호화폐 지분율에 따라 거래를 검증할 수 있는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하는 방식.

이 외에도 자신의 암호화폐 지분을 위임해 블록을 생성하는 궈한을 주는 DPoS(Delegated Proof of Stake)와 암호화폐의 지분, 거래 횟수, 거래량 등을 통해 참여도를 측정해 중요도가 높은 노드(네트워크 참여자)에게 권한을 주는 PoI(Proof of Importance) 등 다양한 거래 방식이 검토되고 있음.

ICO(Initial Coin Offernig)은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 주식시장에 상장해 기업의 주식을 투자자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기업공개, 즉 IPO(Initial Public Offering)와 유사.

ICO와 IPO 차이점

1. 거래소 상장 여부. IPO를 통해 얻은 주식은 증권거래소를 통해 거래가 가능하지만 ICO로 얻은 코인은 모든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상장된다는 보장이 없음

2. 투자 결과로 얻는 권리의 차이. IPO를 통해 주식을 얻게 되면 주주가 되어 기업 운영에 관여 가능. 또한, 주식 보유량에 따라 의결권을 얻어 경영에 참여할 권리를 갖음. 하지만 ICO는 경영 참여 권리가 없음

3. 법적 절차의 유무. IPO는 법으로 정한 절차대로 회사의 자분구조 심사부터 시작해 경영실적, 재무와 회계감사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통상 1~2년의 준비기간 소요. ICO는 (국가마다 다르지만) 구체적인 법률 조항이 없어 쉽게 자금 확보 가능.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텔레그렘은 두 차례의 ICO를 통해 투자자에게 고작 132페이지의 백서만 제공하고도 약 17억 달러(1조 8천억 원)의 투자금을 확보함.

그래서 사기꾼도 많음. 국내는 2017년 9월 암호화폐 거래 과열과 사기성 ICO의 등장을 이유로 규제당국인 금융감독원이 전면 금지를 내린 상태.

4 제2장 금융, 블록체인을 만나다

4.1 비욘드 핀테크 시대의 개막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2년 블록체인 기술로 금융업 전반에 있어서 비용 절감 규모가 약 200억 달러(21조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주니퍼 리서치(Juniper Research) 에서 밤행한 '블록체인의 미래, 핵심기회와 도입전략' 보고서에서도 금융기관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경우, 2024년까지 연간 약 10억 달러(1조 1천억 원), 2030년까지 최대 약 270억 달러(30조 원)를 절감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네트워크 내 모든 참여자가 거래 정보를 알 수 있고 금융기관과 같은 제3의 공인된 기관이 필요 없어 개인 대 개인, 즉 P2P거래까지 지원해 제반 비용의 절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금융권에서도 제공하지 못했던 P2P 전자결제, 스마트 계약 같은 서비스와 융합도 쉬워진다. 이는 핀테크 생태계가 더욱 풍성해지는 효과를 낳는다. 블록체인 기술의 높은 안정성과 무결성을 고려할 때 블록체인이 더해진 핀테크 서비스는 금융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등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이 정보 전달의 신세계를 열었다면 블록체인은 신뢰 구축 방식을 새롭게 정의할 것이다.

비용절감은 결국 그 업무를 하던 사람들의 해고를 의미한다. 새로운 업무를 찾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일자리를 잃을 수 밖에 없다. 사전에 준비하고 적응해야 한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해고를 기다리는 사람인가? 아니면 새로운 능력을 찾아서 기르는 사람인가?

폐쇄형 블록체인은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컨소시엄 블록체인'으로나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복잡한 연산을 필요로 하는 작업증명 방법인 채굴 과정이 생략되고, 운영 주체가 승인자 역할을 하게 된다. 모든 참여자가 거래 기록에 대한 동등한 권한을 가진 퍼블릭 블록체인과 달리, 운영 주체가 모든 권한을 보유한다. 채굴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작업증명에 들어가는 전기료, 시설비 같은 막대한 제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전체 참여자에게 거래 내역을 전송하고 합의를 구하는 절차를 생략해 처리 속도를 현저히 증가시킬 수 있다. 컨소시엄 블록체인은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같이 참여 자격에 제한이 있지만 시스템 관리 주체가 복수의 참여자 또는 협의체라는 점에서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프라이빗 블록체인처럼 채굴 과정이 불필요하며 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을 가진다. 사전에 검증된 복수의 이용자와 운영 주체가 공동으로 장부 운영을 하면서 거래 데이터를 공유한다. 모두에게 데이터가 개방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블록의 생성, 승인 등의 역할이 다수 참여자에게 분산되어 있다.

금융권은 컨소시엄 블록체인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은행 내부 시스템에 폐쇄적으로 적용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시스템은 아무래도 활용성이나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에관심 있는 금융사나 관계 기관들이 공동체를 구성하거나 강력한 협업을 통해 신기술 쓰나미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이유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블록체인 표준화를 위해 컨소시엄 형태의 동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컨소시엄 블록체인으로는 금융에 특화된 R3 컨소시엄산업 전반에 블록체인 적용을 목표로 하는 하이퍼레저(Hyper Ledper) 컨소시엄이 있다.

컨소시엄 참여 기관 주요 특징
R3 미국 IT 기업 R3사 설립. 골드만삭스, UBS 등 60여개 대형 금융기관. 국내 은행(국민, 신한, 하나, 기업, 우리) 등 금융기관 계약 기록 관리 시스템 개발, 전체 거래 정보가 아니라 일부 정보만 공유 가능
하이퍼레저 리눅스 재단 관리. 금융기관 및 비 금융 IT 기업 등 100여 개 기업 참여. 국내 기업 참여(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삼성SDS). 오픈 소스. 범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을 연구 개발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개선되어야 할 사항들이 많다. 블록체인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나 데이터는 암호화되어 유통되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된다. 기존 금융업과 충돌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전 세계 모든 금융사는 불법적인 자금운영이나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고객확인제도(KYC, Know Your Customer)를 준수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금융업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참여자와 상호 교환되는 정보를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반의 모든 거래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실시하는 고객확인제도가 완벽하게 적용되기 어렵다. 또한 글로벌 시중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 제휴와 관련해 어려워하는 문제점 중 하나는 자금세탁방지(AML, Anti-Money Laundry)다. 자금세탁방지제도란 국내외로 이루어지는 불법 자금세탁을 적발하고 예방하기 위한 법적 장치다. 전 세계 모든 금융사는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반드시 준수해야만 한다. 특히 테러 관련 자금에 민감한 미국은 2010년대 들어 유럽계 은행들의 자금세탁 문제를 크게 문제 삼은 바 있다. 프랑스계 BNP파리바은행, 영국계 바클레이스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을 비롯한 여러 은행이 테러위험 국가와 금융 거래를 한 혐의로 벌금을 물기도 했다.

4.2 암호화폐의 재발견

제도적 방안으로는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암호화폐거래소 허가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2015년 6월, 미국 뉴욕주 금융감독국은 자금세탁방지 이용자 보호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암호화폐 종합규제체계, 일면 '비트라이선스(BitLicense)'를 마련했다. 뉴욕주에서 영업을 하고자 하는 게래소는 반드시 조건을 충족하고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2017년 4월, 일본 금융청도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암호화폐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했다. 국내 정부도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규제할 것이 아니라 직접 관리 감독하에 두고 투자자 보호와 자금세탁방지 등의 준수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국회에서 암호화폐거래소 허가제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향후 금융감독원과 같은 감독기관이 거래소를 직접 관리하게 되면 금융사 수준의 투자자 보호·보안 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4.3 블록체인이 바꿔놓을 금융의 신세계

식별(identification)은 고유한 이름이나 얼굴 생김새와 같은 식별자를 이용해 한 개인을 특정하는 것이다. 인증(authentication)이란 식별을 통해 특정한, 개인이 모두 알고 있는 그 사람이 맞는지 증명하는 것이다. 모든 금융 서비스의 출발점이 바로 인증이다. 과거에는 은행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 반드시 은행 영업점 창구를 방문해야만 했다.

은행 업계 블록체인 공동인증 도입 현황
추가로 인가(authorization)은 인증을 한 사용자에게 허용된 권한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절차다. 모든 사용자는 식별값을 통해 인증 및 인가라는 절차를 통해 특정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는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암호화폐 결제 가맹점 확산과는 별도로 국내 지자체는 자체 암호화화폐를 발행해 유통하는 형태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 시작은 2018년 2월에 출시한 노원ww코인이다.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글로스퍼(Glosfer)에서 만든 노원코인은 서울시 노원구가 직접 발행·관리하는 암호화폐다. 노원구의 지자체명을 차용해 현금 없이 살수 있는 지역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되었다.

지역화폐는 결국 추적성을 위해 디지털 자산으로 지급이 될 확률이 높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급하지만 되파는 행위 등 역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거래 추적성은 필수다.

아래는 지역화폐에 대한 경기도지사와 교수의 토론인데, 교수의 토론 준비가 매우 부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론과 인터뷰를 하거나 다른 사람과 토론을 한다면 절대 저렇게 준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여기에 함께 올린다.

4.4 플랫폼 주도권을 위한 월렛 전쟁

'비트코인은 화폐가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반기를 드는 암호화폐가 등장했다. 바로 가치 고정형 암호화폐인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다. 암호화폐가 화폐로 이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가격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코인=1달러'를 공식화했다.

현재 발행되는 암호화폐들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으로만 가격이 결정된다. 따라서 조그마한 시장 변화와 이슈에도 심하게 가격이 요동친다. 가격변동성이 너무 큰 만큼 물건의 가격이 시시각각 달라져 실생활에서 사용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법정화폐 기능으로 발전하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이 만들어졌다.

스테이블 코인은 1개당 1달러로 가격이 고정되어 있어서 동일한 물건을 동일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기존 암호화폐는 아침, 점심, 저녁에 사는 빵의 가격이 모두 달랐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항상 동일하다. 이것이 스테이블 코인이 화폐, 결제 시장에 등장한 이유다.

스테이블 코인은 어떻게 코인의 가격을 고정해 유지할 수 있을까? 스테이블 코인은 유형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특정 기관에 법정화폐를 예치해 둔 만큼 코인을 발행하는 법정화페 담보형(fiat-collateralized)이 있다. 구조는 단순하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기관이 자사 계좌에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를 보관하고 동일한 숫자의 코인을 발행한다. 코인의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오르면, 달러를 추가 예치하고 코인을 발행해 가격을 1달러로 고정시킨다. 암호화폐 발행사 테더(Tether) 가 발행하는 USD테더(USDTether)와 트러스트 토큰(Trust Token)에서 발행하는 트루USD(TrueUSD)가 대표적이다. 2018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USDT는 17억 개가 넘게 발행되었다. 1개당 1달러이므로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약 17억 달러(1조 9천억 원)를 넘는 수준이다.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은 코인의 가치를 고정시킨다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블록체인의 고유 특성인 탈중앙화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USDT 보유 고객은 테더의 달러화 예치 여부를 전적으로 신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USDT의 발행 총량이 테더의 실제 예치금과 같지 않다'는 논란이 일어나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둘째, 암호화폐 담보형(crypto-collateralized) 스테이블 코인이다. 암호화폐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대표성 있는 암호화폐를 믿을 수 있는 제3의 특정 기관에 예치하고 이를 근거로 '1비트=1코인'으로 발행하는 것이다. 하이퍼레저가 개발한 디지털 자산 수탁 서비스 사업자에서 이를 보관한다.

암호화폐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과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의 다른 점은 예치 대상 화폐가 암호화폐인지, 법정화폐인지의 차이밖에 없다. 담보가 되는 암호화폐 자체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담보 비울을 낮추는 것은 법정화폐 담보형에 비해 비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메이커다오(MakerDao)가 운영하는 다이(DAI)가 대표적인 암호화폐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이다.

마지막으로 '무담보 알고리즘형(non-collateralized) 스테이블 코인이 있다. 암호화폐의 공급량을 조절하는 스마트 계약으로 정의된 알고리즘을 통해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담보 없이 오로지 알고리즘으로만 화폐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해 제2의 암호화폐 발행을 병행한다. 스테이블 코인의 공급량 증가과 감소를 조절하기 위해 서브코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의 유형별 분류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글로벌 해외 송금 규모는 약 5,820억 달러(640조 원)로 5년간 세 배 이상 성장했다. 최근 성장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세계은행은 향후 연간 해외 송금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의 해외 송금 방식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국제은행 통신망인 스위프트(SWIFT,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를 이용하거나 웨스턴유니언(Western Union), 머니그램(Money Gram), 페이팔과 같은 해외 송금 전문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스위프트는 1977년에 유럽과 미국 시중은행들이 국가 간 자금거래를 위해 설립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로 전 세계 200여 개국, 1만 1,000여개 금융기관이 사용하고 있다. 국가 간에 물리적 통신망을 개설해 스위프트 참여 금융사의 보증에 따라 안전한 송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용료가 비싸고 송금까지 3일 이상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의 웨스턴유니언은 160년의 역사와 함께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이용하는 대표적인 해외 송금 전문기업이다. 웨스턴유니언은 스위프트와 다른 추가적인 해외 송금 서비스 대안이 생겼다는 점
에서 의미가 있지만, 제2의 스위프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해외 송금은 속도 증가와 비용 절감 차원에서 블록체인 활용도가 특히 높은 분야로 손꼽힌다. 대표적으로 2004년에 설립된 리플(Ripple)을 꼽을 수 있다. 리플은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기록을 관리하므로 중앙기관이 필요 없고,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다. 거래 시간이 짧고,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리플은 실시간 일괄 정산 시스템과 환전 송금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100여 개가 넘는 은행에서 리플이 개발한 해외 송금 시스템으로 테스트를 시도하고 있다.

2017년 7월 국내에서는 해외 송금 업무의 경쟁 촉진을 위해서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되었다.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도 특정 요건을 갖추면 소액에 한해 해외 송금이 가능해진 것이다. 소액 해외 송금을 담당하는 기업을 통해서 건당 미화 3천 달러(약 330만 원) 이내, 1인당 연간 누계 2만 달러(약 2,200만 원) 이내에서 해외로 송금할 수 있다. 센트비(Sentbe), 모인(MOIN), 핑거(Finger)를 비롯한 여러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소액해외 송금 라이선스를 취득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송금 핀테크 기업들은 암호화폐를 매개로 송금하는 방식을 주력으로 검토했었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가격이 급변하고 투기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당국에서 해외 송금업자들에게 암호화폐를 활용한 해외송금 방식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결국 핀테크 기업들은 해외 제휴 은행에 미리 목돈을 보낸 뒤 현지에서 지급하는 프리펀딩(prefunding) 또는 여러 건의 소액 송금을 모아 기존 스위프트를 통해 한 번에 지급하는 풀링(pulling)의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을 활용한 해외 송금 분야는 소액 송금에 주로 활용될 수 있다. 기존의 해외 송금업은 송금액이 큰 건에 맞춰 서비스가 구현되어 송금액이 작을수록 거래 비용이 높아지는 구조다. 기존 금융 서비스에 비해 제반 거래 비용이 적게 소요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해외송금에 도입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해외 송금은 국제적으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거래 금액이 클수록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따라서 송금액이 크면 기존 스위프트 방식을 유지하고 중소액에 한해 블록제인 방식을 병행하는 방식이 채택될 것이다.

4.5 인슈어테크를 완성하다

인슈어테크(insurtech)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핀테크 산업 분야 중 하나다. 2010년 중반 인슈어테크라는 용어가 등장한 이래로 관련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약 261만 달러(28억 원)에 불과했던 글로벌 인슈어테크 벤처투자 규모는 2016년 약 4.5배 증가했고 M&A 건수도 두 배가량 증가했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에서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가장 빠르게 변화할 금융사는 은행이지만, 가장 파괴적인 변화는 보험업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2015년 금융당국이 보험 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실손의료보험의 병원, 소비자, 보험회사 간 보험금 청구, 지급 절차를 온라인이나 모바일화하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로드맵에 따르면 보험계약자가 요청하고 동의할 경우 의료기관은 제반 서류를 온라인으로 보험회사에 제공해야 한다. 고객이 쉽게 보험금을 청구하고 수령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기존 보험금 청구 방식은 보험계약자가 직접 병원에서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 우편이나 팩스로 보험회사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본인이 직접 서류를 발급하고 제출하게 되면 보험금 수령률이 떨어지고 보험상품의 만족도도 낮아진다.

그동안 보험금을 자동으로 청구하지 못했던 이유는 청구 서류에 포함된 개인정보 때문이다. 특히 의료 정보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도 문제지만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개인정보 관리 주체를 고객에게 전가하면, 보험사와 병원은 개인정보보호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보험사는 이러한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하고자 했다. 고객, 병원, 관련 기관처럼 제한된 참여자에게 보험계약, 의료정보를 암호화하고 분산해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면 고객이 병원에 방문할 경우 진료, 청구와 관련된 정보가 보험사에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되어 보험금을 별도로 지급 요청할 필요가 없다. 블록체인으로 인해 고객 중심의 인슈어테크가 완성되는 것이다.

현행 보험금 청구 시스템과 블록체인 보험금 청구 시스템 비교

4.6 블록체인 시대의 투자법

4.7 블록체인, 금융업의 혁신 모멘텀

인터넷에 버금가는 변화의 핵심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금융이라는 단어를 풀어서 쓰면 '돈을 유통한다'는 뜻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등장으로 돈의 유통업, 즉 금융은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 데이터를 최대한 확보하고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주체가 금융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기존 금융기관과 신생 핀테크 기업 중 어느 쪽이 패권을 쥐게 될지 설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전통적인 금융기관의 영역으로만 인식되던 금융 서비스가 디지털 금융의 혁신으로 핀테크 기업들에게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먼저 정부당국은 금융 분야에 있어 네거티브(negative) 정책기조를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국내 금융당국은 포지티브(positve) 방식의 규제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포지티브 정책이란 '되는 것'만 알려줄 테니 그것만 하고 나머지는 하지 말라는 식이다. 네거티브 정책이란 그와 반대로 '안 되는 것'을 나열해 규제하고, 나머지는 실행해도 상관없다는 상반된 정책기조다.

신기술의 옳고 그름, 맞고 틀림은 현 단계에서 판단할 수 없다. 기술이 발전하고 이를 이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게 되면 자연스레 기술의 장단점을 파악하게 되고, 이를 점차 보완해 나갈 수 있다. 신기술 도입시점부터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규제 일변의 정책으로는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없다. 한국의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에서 현행 법령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쉽게 말해 불법이라는 말과 같다. 혁신을 장려하고 산업을 진흥하기 위해서는 네거티브 규제로 돌아서는 것이 옳다.

기존 금융기업들도 금융사 내부 시스템 시범 적용을 통해 간단한 자체 검증을 시도해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기술을 이해하려면 직접시스템에 적용해 보는 것이 좋다. 자체 금융시스템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적용 분야를 검토하는 것이다. 영업점 간 문서 교환, 사내메신저, 인트라넷 같은 금융사 내부 비 중요시스템에 도입해 보는 것도 좋다.

5 제3장 유통, 블록체인을 만나다

5.1 1. 블록체인이 유통에 적격인 이유

앞서 본 가상의 일상 속 보석 인증, 부동산 거래, 식품 유통 과정 추적 등은 블록체인을 유통에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탈중앙화, 보안성, 확장성, 투명성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의 유용성은 유통과 접목되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들을 블록체인에 적재한다면 제품의 출처, 배송 과정, 보관 상태 등의 다양한 정보들을 순차적으로 추적할 수 있어 제품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달걀의 유통 경로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전체 달걀 유통량 중 세척과 선별 기능이 있는 달걀 공식 집하장(Grading & Packing Center, GP센터)에서 55퍼센트, 영세한 식용란 수집판매 업체에서 18퍼센트, 브랜드를 붙여 파는 식품유통업체에서 17퍼센트,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 10퍼센트 정도다. 정부에서는 달걀 GP 센터 유
통 의무화, 이력 추적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19년 2월부터는 달걀의 산란일자 표기를 의무화했다. 달걀 껍데기에 생산자 고유번호와 사육환경번호를 나타내는 여섯 자리 외에 산란일자를 뜻하는 네자리를 추가해 달걀의 신선도 확인을 용이하게 한 것이다. 정부의 달걀 GP센터 인프라 구축에는 최소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안전관리인증 HACCP(Hazard Analysis and Crtical Control Points)이 접목된다면 살충제 달걀 파동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오염된 달걀이 다시 발견되더라도 좀 더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유통 경로 추적을 하면 공급망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공급업체나 관리자에게 암호화된 허가권을 할당해 상호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유통 정보를 공급망 참여자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하면, 오염된 달걀이 소매점에 도달하기 전에 중간 유통 과정에서 회수해 사고의 사전 방지도 가능하다.

블록체인의 주요 특징 및 유통업계 적용 시 장점

아마존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커머스 사업에 전면적으로 적용하기에 앞서 '솔루션' 사업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AWS(Amazon Web Service)들 중심으로 BaaS(Blockchain-as-a-Service), 즉 '블록체인의 서비스화'를 내세우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 특허청으로터 블록체인과 연관된 전자서명 안전성, 탈중앙형 데이터 저장 보안강화 특허도 취득했다.

2019년 2월 AWS가 참여해 순환형 공급망(Circular supply chain)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액센츄어Accenture, 마스터카드와 협업을 시작했다. 순환형 공급망은 소비자의 지속 가능한 구매 선택을 지원한다. 소비자가 공급망의 각 단계에서 사용되는 자원과 폐기물을 줄이고 윤리적인 과정을 준수하는 생산자의 물품을 선택해 보상받을 수 있다면, 공급망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만 전달되는 일방통행 성격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이 공급자에게 전해지는 '순환형'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순환형 공급망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유통 과정의 디지털 인증 관리와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소비자가 구매 선택을 하기 전에 해당 상품이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되고 유통되었는지에 대해 위·변조되지 않은 정보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순환형 공급망 프로젝트는 결국 구매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향후 프로젝트의 성과에 따라 아마존이 핵심 사업인 이커머스 사업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할지 주목된다. 또한 아마존은 2019년 2월에 공개한 2018년 연례보고서(annual report)에서 위험 요인(risk factor) 중 하나로 판매자의 사기나 위법적인 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아마존이 직접 재고를 책임지지 않고 거래 플랫폼만 제공하는 제3자 판매 물품 중에 모조품이나 불법적인 제품이 포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전체 판매 제품 중 제3자 판매 비중은 2017년부터 50퍼센트를 넘어섰다. 아마존은 이러한 위험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향후 블록체인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는 단순히 중개자의 역할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자체가 규칙을 엄격히 준수하는 중개자가 되는 것이다.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사람이 개입하던 기존의 중개 방식을 프로그램화한 소프트웨어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중개자 간에 일어나는 상호 작용을 지휘하는 시스템 하나로 대체한 셈이다. 탈중앙화를 통한 중개 비용의 절감은 가장 큰 장점이 된다. 그 자체로 중개자가 된 블록체인 기술만 있다면 중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기존의 거대 플랫폼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다.

대체로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은 자사의 플랫폼 지배력을 보존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보완재 성격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커머스 기업들은 기존의 중앙 통제식 플랫폼 중개 모델을 뒤흔들 수 있는 측면을 더욱 부각하는 편이다. 중앙 통제 플랫폼과 대조되는 분산 시스템을 내세우며, 중개 수수료를 없애거나 낮추는 것이 대표적인 방식이다.

시장 지배력이 견고한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플랫폼 거래 수수료를 건드린다면 핵심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플랫폼의 지배력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용도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게나, 솔루션 서비스화를 통해 추가 수입원으로 만들고자 한다. 반면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는 신생 기업이나 지배력이 낮은 중소기업들은 거래 수수료를 낮추거나 제거하는 식으로 우선 이용자를 모으려는 상황이다.

5.2 2. 초신뢰 유통 혁명의 시작

미국의 유통기업 월마트(Walmart)는 2016년에 IBM과 협력해 식품 공급망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시범 사업 결과, 특정 식물의 원산지를 추적하는 과정을 단 2초 만에 처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특정 신선식품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해당 농장 위치를 즉시 확인해 리콜 처리하거나 구체적인 공급자를 확인해 책임을 지을 수도 있다.

월마트의 블록체인 돼지고기 유통 프로젝트 구조

2018년 10월에 IBM은 'IBM 푸드 트러스트' 기술을 상용화했다. 앞서 언급한 주요 파트너인 식품업계 대기업들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한 달에 100~1,000달러의 이용료만 지불하면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다.

유럽 최대 슈퍼마켓 체인 까르푸Carrefour-도 IBM과 손을 잡았다. 까르푸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산 제품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추적할 것이며 2022년까지 더 많은 원산지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의 식품 공급업체 탑코 협동조합(Topco Associates), 웨이크펀(Wakefern), 비프체인(Beefchain), 덴니크 청과업체(Denick Fruitsource), 스미스필드(Smithfield)도 IBM 푸드 트러스트에 합류했다.

비앙트는 2018년 5월에 뉴욕에서 열린 이더리얼 서밋(Ethereal Summit) 행사에서 '바다에서 식탁까지'(Bait to Plate)라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해 황다랑어 참치가 남태평양 피지 해역에서 잡힌 뒤 유통되는 전 과정을 공개했다. 영상 상영 이후에는 참치로 만든 초밥을 나눠 주었다. 초밥과 함께 나눠 준 냅킨에 인쇄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해당 참치의 유통 과정이 블록체인을 통해 기록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중국 중안보험은 닭고기 콜드체인과 관련된 블록체인 솔루션을 개발했다.

비앙트 참치 초밥과 블록체인 유통 기록

중안보험은 IT와 보험이 결합된 인슈어테크를 선도하고 있는 온라인 보험사다. 중국인은 돼기고기만큼 닭고기도 많이 섭취한다. 중국의 닭고기 소비량은 2017년 250만 톤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2030년에 돼지고기 소비량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중안보험의 솔루션은 닭의 성장 과정, 가공과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단계별로 기록하게 되어 있다. 닭고기의 생산과 유통의 전 과정을 담고 있는 디지털 신분증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편 삼진어묵은 어묵업계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업체다. 2013년 12월에 베이커리 형태의 매장을 선보이며 어묵의 고급화를 꾀했고, 백화점 식품관에 입점해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삼진어묵은 2018년 삼성SDS와 함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물류 이력 관리 시스템을 시범 사업으로 도입했다. 어묵의 원료가 되는 생선의 조업 정보, 수출입, 어묵 가공 생산, 유통의 전 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어플리케이션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데이터가 위조나 변조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장하고,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

5.3 3. 블록체인은 모든 것을 기록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부동산 계약 시장에 적용되면 이러한 사기 문제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부동산 사기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의 안전 보장에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국내 부동산 온라인 중개 사이트에서도 중개업자의 허위 매물을 가려내기 위해 관리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부동산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제3의 예탁사(escrow)를 통해 검증한다. 검증 수수료는 부동산 가격의 1~2퍼센트 수준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다면 관리 비용이나 검증 수수료를 내지 않고도 사기를 방지할 수 있다. 허위 매물 등록이나 거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로 인증 과정이 간소화되고, 소유권 이전 비용
의 절감도 가능해진다.

스웨덴은 2017년부터 부동산 등록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부동산 거래에 따른 비용을 연간 1억 유로 것도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에서 개발한 것은 디지털 토지 장부(lantmateriet)다. 모든 부동산 거래를 블록체인 거래 장부로 디지털화해 개방성과 투명성을 높인 것이다. 이를 통해 비용 절감 외에도 위조 방지와 사기 감소, 거래 촉진, 비효율성 개선의 효과를 기대한다.

일본은 토지 대장 관리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계획이다. 2018년부터 일본 법무성은 전국의 2억여 개 토지 구획과 5천만여 개 건물 정보를 비롯해 부동산 매매에 관한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불법 의약품 시장이 고성장하면서 자국 내 의약품 시장의 20퍼센트까지 차지할 정도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인도는 정부 차원에서 불법 의약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인도 정부의 싱크탱크인 니티 아요그(NITI Aayog)는 2018년부터 인도의 모든 약품 목록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위조 약품과 마약을 걸러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이 완성되면 인도의 의약품은 제조 단계에서 고유의 아이디가 부여되어 소비자가 구매할 때 QR코드 또는 바코드로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미국 화이자를 필두로 글로벌 제약업계가 참여하고 있는 메디레저(Mediledger)가 대표적인 의약 관련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2017년에 결성된 메디레저는 약품 공급망 안전법(DSCSA, Drug Supply Chain Security Act)을 준수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이미 의약품 유통 추적 파일럿 프로그램을 완료했다.

5.4 4. 착한 소비가 트렌드다

영국 스타트업 에버레저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유통을 막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에버레저는 다이아몬드의 원산지와 특성들을 40가지 이상으로 분류해 블록체인에 등록했다. 감정서, 보험, 소유자 정보와 같은 물리적인 정보들을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고 블록체인에 기록해 다이아몬드의 생산, 인증, 유통의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에버레저의 시스템을 활용하면, 다이아몬드의 소유주가 바뀔 때마다 거래 기록이 남아 유통의 투명성이 확보된다. 장물 거래 자체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에버레저의 비즈니스 모델은 은행, 보험회사, 다이아몬드 감정소 사이에 윈윈(win-win) 관계를 구축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수입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우선 다이아몬드 감정 데이터베이스 사용료 수입이 발생한다. 또 기업과 보험회사가 다이아몬드의 감정 정보를 알기 위해 에버레저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할 때마다 사용료가 발생한다. 현재 에버레저는 감정소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경쟁 구도에 있다. 기존의 다이아몬드 감정은 감정소의 몫이었다. 감정료는 연마된 다이아몬드의 경우 개당 80달러 정도이고, 고가 다이아몬드의 경우 가격의 약 1퍼센트가 책정된다. 만약 에버레저의 데이터베이스 사용료가 감정소의 감정료보다 낮게 책정된다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또 다른 수입원으로는 다이아몬드 소유 이력 정보 이용 수수료가 있다. 보험회사에서는 다이아몬드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때나 보험금 청구를 받고 손실을 확정할 경우에 다이아몬드 소유 이력 정보를 필요로 한다. 은행이 대출을 제공할 때에도 담보 가치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 소유 이력 정보가 필요하다. 현재 에버레저에 등록된 다이아몬드는 이미 100만 개가 넘는다. 에버레저의 창업자 리앤 캠프(Leanne Kemp)는 실물의 다이아몬드와 똑같은 '디지털 쌍둥이'를 블록체인에 만들고 있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들은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구매하는 것을 피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채굴된 진품 다이아몬드를 구매할 수 있다. 에버레저는 다이아몬드를 시작으로 준보석(gemstone), 미네랄, 와인, 럭셔리 상품, 예술 작품, 보험 등에도 자사의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2019년 1월 LG화학, 미국의 포드, 중국의 화유코발트, RCS글로벌을 비롯한 기업들은 IBM과 함께 코발트 유통을 추적하는 파일럿 프로그램 '클린 코발트'를 발족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글로벌 광물 공급망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인권과 환경 보호를 지원하는 것이다. 화유코발트의 콩고 광산에서 생산된 코발트가 중국 제련소와 한국(LG화학의)음극 공장, 배터리 공장을 거쳐 미국 포드 공장으로 이동하는 공급망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추적한다.

LG화학이 참여하고 있는 코발트 블록체인 공급망 구조

5.5 5. 글로벌 무역이 단순해진다

글로벌 물류 시스템에서도 블록체인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글로벌 물류업은 수출업자, 수입업자, 선사, 유통업자, 소매 업자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참여자가 많고 프로세스가 복잡해 이와 관련된 중개자도 많다. 중개자가 많은 만큼 불필요한 비용이 증가되고 정보의 공유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90퍼센트는 해상 운송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특히 해상 운송 분야는 전자화되지 않은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운송 정보가 관리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상 운송을 한 번 진행할 경우 30개 정도 기관의 승인, 최대 200회의 의사소통 과정이 필요하며, 무역 서류 처리 비용은 해상 운송 비용의 20퍼센트까지 차지할 정도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블록체인을 통해 전 세계 GDP의 5퍼센트, 전체 무역량의 15퍼센트가 증대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거래 투명화를 통해 각종 사기와 오류가 감소하고, 디지털화에 따라 서류작업 시간이 단축되며 물리적 비용도 줄어들 것이다.

머스크라인(Maersk Line)과 IBM의 협력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머스크라인은 글로벌 컨테이너 물류 시장 점유율의 약 2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업체다. 머스크라인은 2015년 말부터 문서의 디지털화를 추진했다. 컨테이너 하나를 글로벌 시장에 운반하기 위해서는 수십 개의 기관·기업과 연락을 해야 하고, 수백 개 이상의 문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라오스로 컨테이너 물품을 보낼 때 라오스는 별도의 항구가 없기 때문에 태국과 베트남의 항구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경유 통관, 내륙 운송, 국경 통과, 창고 이용, 하역 같은 여러 과정
을 거쳐야 하며 해당 기관과 기업들과 연락을 해야만 한다. 이때 컨테이너가 이동하는 과정의 모든 참여자가 블록체인의 분산형 거래 장부에 기록을 남기면, 컨테이너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공유할 수 있다. 기존의 물류 이동 과정에는 수작업과 문서, 이메일들이 많이 필요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이 과정을 대폭 생략할 수 있다.

기존 무역 금융과 블록체인 기반 무역 금융의 비교

노르웨이 과학기술대가 2018년 6월에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서울이 전 세계 1만 3천여 도시 중에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도시라고 한다. 또 인구 밀도와 소득 수준이 높은 소수 지역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집중된 경향이 있으며, 해당 도시의 지방 정부와 민간 기업들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매년 6월말 전년도 탄소배출권을 정산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592개 기업에 배출권을 할당한 뒤 그 범위 내에서 배출을 인정하고, 여유분이나 부족분은 상호 거래하도록 제도화했다.

5.6 6. 초신뢰 유통의 미래

블록체인 기술은 유통 산업 혁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탈중앙화, 보안성, 확장성, 투명성이라는 특징이 유통 과정에 적용되면 상품의 신뢰와 소비자의 안전 보장에 기여할 수 있고, 비용절감과 효율성 향상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블록체인이 유통 산업에 가져올 다섯 가지 혁신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블록체인은 유통 과정의 신뢰를 확보해 준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들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두면 제품의 원산지, 배송 과정, 보관 상태를 비롯한 정보들을 추적할 수 있어 제품의 안전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또 블록체인 기술이 진품 여부 확인, 유통 이력 추적과 상호 모니터링에 활용되면 식품과 의약품을 안전하게 유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둘째, 블록체인은 중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유통 산업의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블록체인 기술만 있다면 중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거대 플랫폼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다. 글로벌 이커머스 대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력 추적이나 부가 수입원 같은 보완재로만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기존의 플랫폼 거래 수수료 구조를 건드릴 경우 핵심 매출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생 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거래 수수료를 아예 없애거나 낮추는 등 중개 비용 절감을 전면에 내세우는 편이다. 파격적인 유인 요소를 통해 이용자를 모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의 이커머스 산업 구도에 변화를 주는 충격 요인으로 작용할지, 글로벌 대기업들의 지배력이 오히려 더욱 공고해지는 도구로 활용될지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셋째, 블록체인은 기록을 유지시켜 준다. 정보 기록의 유지와 업데이트의 신속성이 중요한 거래에서 특히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인 분야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사기가 일어날 수 있는 부동산이나 중고품 거래 시장이다. 블록체인 기록을 통해 이력을 추적하면 현재의 소유권 상태와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관리 비용이나 검증 수수료를 내지 않고도 사기를 방지할 수 있다. 허위 매물 등록이나 거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증 과정 도간소화되고, 소유권 이전 비용의 절감도 가능해진다.

넷째, 블록체인은 윤리적인 소비와 지속 가능한 생산,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 앞으로 기업과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책임 있는 소비를 위한 수단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도 부도덕한 방식으로 채굴되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유통을 방지하고, IT와 전기차 산업의 핵심 광물 코발트 채굴노동에 아이들이 착취되지 않도록 블록체인이 경계병 역할을 하고 있다.

다섯째, 블록체인 기술이 산업 성장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중고 시장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신뢰가 형성되면 중고품 구매자가 전보다 늘어나 시장의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 글로벌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거래가 활성화되고 산업화될 수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재산권이 블록체인 기록 작업을 통해 경제학자 데 소토가 이야기하는 '죽은 자산의 살아 있는 자본으로의 전환이 일어난다면 세계 경제의 성장도 촉진될 전망이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이 유통 분야에 적용되더라도 잠재적인 한계는 존재한다. 유형 자산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최초 1마일(the first 1mile)' 문제가 대표적이다. 유통 과정에는 블록체인에 기록이 제대로 남더라도 블록체인이 사람과 접촉하는 지점에서는 허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의 입력 상황에서 오류가 생기거나 신뢰의 문제가 생긴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정보의 디지털 블록체인 입력 과정에서 정보 입력자에 대한 감시와 관리가 중요하며, 이는 IoT기술 과의 연계를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6 제4장 IoT, 블록체인을 만나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적용된 세상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스마트 계약으로 자동 처리된다. 고장을 인식한 가전제품이 직접 A/S 센터에 연락을 취하고, 냉장고가 식품의 재고를 파악하고 필요한 것을 직접 주문한다. 며칠 전 TV에서 블록체인이 사람의 의사결정을 줄여 주는 자동화 세상을 '기계경제'라는 트렌드로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떠오른다. 이번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고생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기계경제는 주희 씨의 아파트 관리비도 아껴 준다. 최근에 주희 씨는 전력 시스템을 공유하는 블록체인 서비스에 가입했다. 이 서비스를 통해 국가에서 제공하는 전력보다 더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각 가정에서 태양광 패널을 통해 발생시키 ㄴ전기를 거래하다 보니 양이 적어서 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기를 이웃에게서 구매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일부의 전기라도 값싸게 구할 수 있어 통장에 여유자금이 쌓이고 있다.

6.1 1. 초연결 시대의 블록체인

IoT기기의 종류와 수가 증가하는 추세는 IOT서비스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반대로 디바이스 수가 늘어남에 따라 기기 간에 교환되는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데이터 이용료는 늘어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업자는 중앙 서버나 플랫폼에 집중될 대규모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를 새롭게 구축하거나 이를 유지보수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야 한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와 이용자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IoT 중앙화 시스템의 경우, 비용 다음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보안이다. 중앙화 시스템은 보안이 한 번 뚫리면 돌이키기 힘들다. 플랫폼에 연결한 디바이스의 숫자가 적으면 무리가 없겠지만, 디바이스 수가 폭증하면 해커들이 중앙화 시스템에 들어올 수 있는 길목이 많아진다. 자연스레 보안을 신경 써야 하는 범위는 넓어지고, 보안 위험도 커진다.

(중략)

블록체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앙집중형 IoT가 가진 구조적 문제점을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특성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앙 서버나 플랫폼의 일방적인 명령보다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각각의 참여자들의 의견을 듣고 해결하는 방식을 중시한다. 의사결정 방법이 변하는 것이며, 이 를전문적인 용어로는 '합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합의 구조가 플랫폼 왕정에서 모든 참여자의 의견을 듣는 일종의 사물 민주주의로 바뀐다면 가장 먼저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가장 먼저 IoT 플랫폼에 연결된 디바이스들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그동안 IOT플랫폼은 이용자가 여러 가지 명령을 입력할 경우 이를 순차적으로 처리했다. 플랫폼이 하나의 명령을 디바이스에게 전달하면, 디바이스는 명령을 수행하고 완료했음을 플랫폼에게 알린다. 그러고 나서야 플랫폼은 다음 명령을 내릴 수 있어 이용자가 결과를 확인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즉 주문 후 공정이 완료되는 시간을 의미하는 리드타임이 길었다.

하지만 IoT 구조가 분산형으로 바뀌면 여러 가지 명령을 병렬적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도표 4-3>). 예를 들어 이전에는 TV를 켜고, 에어컨의 온도를 22도로 설정하라고 요청하면 명령이 입력된 순서에 따라 TV를 켜는 명령을 먼저 수행한 후 에어컨의 온도를 22도로 맞추는 작업을 수행했다.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진행했던 것이다. 하지만 분산형 시스템에서는 TV를 켜는 명령과 에어컨 온도를 설정하는 업무가 동시에 진행된다. IoT기기의 반응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이러한 리드타임의 혁신은 곧 IoT 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편익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블록체인 적용을 통한 IoT 프로세스 단순화
기술 혁신에 따른 IoT의 구조도 발전 양상

리드 타임(Lead Time)은 상품의 주문일시와 인도일시 사이에 경과된 시간을 말한다

스마트 계약을 처음 고안한 암호학자인 닉 자보(Nick Szabo)는 스마트 계약에 대한 상세 조건을 코드로 설정하고, 해당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만 코드가 실행되어 계약이 체결되도록 정의했다.

전통경제에서는 계약을 위해 서류와 인감 도장, 중개인이 필요하지만, 블록체인 경제에서는 신뢰 기반의 스마트 계약으로 모두 해결된다. 심지어 계약자들이 직접 대면할 필요도 없다. 낯선 것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과정을 신뢰라고 정의할 때, 블록체인은 신뢰 기반의 사회구조를 만드는 특별한 힘을 가졌다.

영국의 주요 일간지인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블록체인을 '신뢰의 기계'라고 표현했으며, 앞으로 블록체인이 경제가 작동되는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예측했다. 참여자의 양심과 법적 구속력에 의존하지 않고, 심지어 양심을 바랄 수 없고 법으로 구속할 수 없는 사물에도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6.2 2. 블록체인과 IoT가 만나면

하지만 IoT에 블록체인이 적용되면 절대적인 트래픽 전송 길이가 단축되어 트래픽 부담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중앙집중형 IoT 서비스에서는 주요 트래픽이 중앙 서버(플랫폼)와 기기 간에 흐르는 반면(도표 4-7), 분산형 I0T서비스에서는 주요 트래픽이 기기와 소비자간에 동시다발적으로 흐른다(<도표 4-8>).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어 보자. 기존의 중앙집중형 자율주행차 서비스에서는 상황 판단의 주체가 중앙 서버다. 그러다 보니 자율주행차가 운행되는 동안 도로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의 정보를 중앙 서버에 보내 주어야 한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중앙 서버에서 가이드를 보내준다. 하지만 분산형 자율주행차 서비스에서는 스마트 계약에 따라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리는 각각의 자율주행차가 상황 판단의 주체가 된다 굳이 도로 위의 정보를 중앙 서버에 알려 주지 않더라도 자율주행차 간 정보를 주고받으며 운행된다. 물론 전체적인 서비스에 대한 업데이트가 진행되거나 변경된 정책이 적용되어야 할 때는 중앙 서버와의 트래픽 교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평소에는 중앙집중형 자율주행차보다 트래픽 전송 구간의 길이가 짧아져 트래픽의 부담을 줄이면서도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가상현실 콘텐츠 기반의 e스포츠를 중계하는 슬리버TV가 대표적이다. 슬리버TV는 콘텐츠 제공 사업자가 트래픽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IoT 활용을 제안하고 있다. 최근 1인 방송이 늘어나면서 고화질 동영상을 생방송 라이브로 제공하려는 수요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고화질 영상을 다량 송출해야하는 기업들은 트래픽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슬리버TV는 자체적으로 '세타(Theta) 블록체인'을 개발했다. 세타 블록체인에서는 각 트래픽 송수신에 여유가 있는 기기들이 네트워크 대역폭을 빌려주고, 빌려준 만큼 보상으로 '세타토큰(Theta Token)을 제공받는다. 슬리버TV는 세타토큰 기반의 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함으로써 트래픽 전송 비용을 최대 80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을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체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도 고무적이다. 슬리버TV 서비스에서 자체적으로 적용한 결과 평균 45퍼센트에 달하는 트래픽이 세타 블록체인을 통해 유입되었다. 일방적으로 통신사업자 또는 CDN(Contents Delvery Network) 사업자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했던 데이터 흐름의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oT 데이터 트래픽 흐름도 (중앙집중 v.s. 분산)

블록체인은 IoT에 합의 구조를 적용함으로써 중앙화된 IoT 구조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또 IoT에 인센티브 구조 기반의 암호화폐를 도입해 IoT 기기마다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6.3 3. 공유경제와 블록체인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실증사업의 적용 범위가 넓어진다면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 기반으로 개인 간 전력을 거래하고 이용하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수 있다. 도심 지역의 전력 생산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가 블록체인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상상해 보자. 프로슈머인 가정집은 생산한 전기 중 일부를 판매함으로써 전기요금을 줄이거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기업처럼 많은 양의 전기를 사용해 누진세를 부담해야 하는 주체는 전기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전력거래 개념도

세계 에너지 협의회(World Energy Council)에서는 2025년이 되면 중앙집중형이 아닌 분산형으로 생산하는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시장의 25퍼센트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4 4. 스마트 시티 만들기 프로젝트

큐브 인텔리전스는 차량 내에 탑재한 큐브박스를 통해 주행 정보를 기록하고, 해당 데이터를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다. 실제 도로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의 주행 정보는 스마트 계약으로 차량에 탑승한 생산자에게 전달된다. 생산자는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주행 정보를 판매할 수 있으며, 다른 소비자들은 실제 도로 위를 달린 주행 정보를 큐브토큰(AUTO)으로 구매함으로 써 내비게이션보다 더 정확한 교통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중략)

미래에는 톨게이트를 두지 않아도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가는 곳마다 IoT 디바이스를 설치해 자동차가 지나가는 동안에 자동으로 결제될 것이다. 고속도로의 톨게이트가 사라지면 교통 흐름도 훨씬 원활해질 수 있다.

(중략)

자율주행차 간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교통 혼잡을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 자동차업체인 포드(Ford)는 2018년 2월 자회사인 포드 글로벌 테크놀로지스를 통해 '교통 통제를 위한 자동차 간 협업'을 위한 특허를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취득했다. 특허 내용에는 협조적 끼어들기와 추월 시스템이라는 개념이 언급되어 있다. 협조적 끼어들기는 급하게 가야 하는 자율주행차에 차선 추월을 허용하거나 상대적으로 흐름이 느린 차선으로 자신이 빠져 주는 대신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받는 것이다.

IoT기기로서 두 대의 자동차가 상호 통신을 통해 탑승자의 목적지와 예상 도착 시간들을 공유해 차선을 양보하는 의사결정을 내린다. 또 추월 시스템은 도로 위 차들이 차선마다 적절한 교통량으로 운행되어 도로의 전체적인 혼잡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포드에 따르면 협조적 끼어들기를 요청한 차는 암호화폐인 CMMP을 지불하고 10분간 특정 도로나 고속도로를 편하게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중략)

UN이 발표한 인구 현황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50퍼센트 이상이 현재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30년 후에는 67퍼센트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도시는 모든 것의 중심지다. 하지만 도시가 거점화되면 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이 모여살게 되어 주택 가격 상승과 같은 도시 과밀화 문제를 일으키고,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초래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스마트 시티다. 스마트 시티는 정보통신기술을 도시 행정과 서비스에 적용해 불필요한 자원 소비와 사회 전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도시를 말한다. 또한 통합결제 도입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높이고 정부 기록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함으로써 건전성과 투명성까지 담보할 수 있는 도시기도 하다.

(중략)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행정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6년 2월에는 '글로벌 블록체인 의회(Global Blockchain Council)'를 설립했다. 2016년 10월에는 두바이 미래 전략을 총괄하는 막툼 왕세자가 '두바이 블록체인 전략(Dubai Blockchain Strategy)'을 발표하며 블록체인을 행정에 도입하기 위한 준비를 빠르게 진행했다. 그는 2020년까지 모든 정부 문서를 블록체인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종이 없는 사회'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2017년 2월에는 IBM과 협약을 맺어 세관과 무역 기업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2017년 6월에는 영국의 블록체인 기업인 오브젝트테크 0bjecfech와 계약을 맺어 두바이 국제공항에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여권 심사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두바이에서는 매년 각종 증명서와 계산서를 발급하기 위해 1억 건의 문서가 인쇄된다고 한다. 두바이 정부는 블록체인 도입을 통해 1.14억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문서 처리에 소요되는 2,500만 시간을 절약해 연간 15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이다.

(중략)

한국은 스마트 시티가 성공하려면 데이터가 공유되어야 한다는 인식하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 2월에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와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블록체인 시티 프로젝트의 대상도시는 세종시와 부산시였다.

세종시에 만들어지는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의 이름은 '세종 5-1 생활권'이다. 2019년 하반기에 시범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공사에 착수하며 2021년 말부터 입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총 7개 구역으로 나눠 모빌리티, 헬스케어, 교육, 에너지·환경, 거버넌스, 문화·쇼핑, 일자리로 특화된 서비스에 맞게 설계된다. 각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를 관리할 때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며, 시민들은 개인정보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따른 보상으로 암호화폐로 구성된 지역화폐 세종코인을 지급받게 된다. 또한 부산시는 세물머리 지구에 에코델타시티라는 명칭의 스마트 시티를 조성할 예정이다. 급격한 고령화와 일자리 감소와 같은 도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AR, VR, 로봇 등의 최신 정보통신 기술 기반으로 도시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략)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는 20년 후 지구상에는 최소 600개의 지능형 도시들이 생겨날 것이고, 25년 후에는 이러한 지능형 도시들의 경제규모가 전 세계 GDP의 70퍼센트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스마트 시티 또는 블록체인 시티의 성공적인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술이 무르익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6.5 5. IoT의 잠재력이 극대화되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다. 만약 잘못된 정보가 블록체인에 기록됐다고 가정해 보자. 누군가 이를 알아차리고 수정하거나 삭제하려고 해도 성공하지 못한다. 이미 지나간 시간만큼 분산원장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버나 클라우드에 저장된 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는 오류를 발견하는 즉시 수정할 수 있지만 블록체인의 정보는 수정할 수 없다. 완전무결한 블록체인의 특성으로 오히려 잘못된 정보가 보호받는 형국이 된 것이다. 이를 '최초 1마일' 문제라고 부른다.

최초 1마일 문제는 IoT서비스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블록체인 기반의 IoT에 기록되기 전에 센서에 수합되는 정보의 신뢰성, IoT에 직접 기록하는 휴먼 에러들을 검증해야만 블록체인의 신뢰성을 이어 나갈 수 있다.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에서도 IoT 디바이스에 모이는 정보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신뢰성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불특정 다수의 정보 입력자와 센서를 관리하고 감시하는 방법으로 일부 개선할 수는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중략)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2019년 3월 블록체인 발전전략의 일환으로 서비스 개발과 조기 상용화를 지원하는 민간주도 국민프로젝트 과제를 발표했다. 발표된 과제 중에는 블록체인 기반 중고차 서비스 플랫폼 개발 건이 포함되어 있다. 중고차 매입부터 판매에 이르는 단계별 주요 이력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위·변조를 원천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대오토에버가 주관사로 참여해 블로코, 에이비씨솔루션,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레몬 마켓인 중고차 시장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자가 노력하는 이유는 악조건 속에서도 중고차 시장이 점차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엔카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 규모는 2018년 초에 35조 원을 넘어섰으며, 중고차의 거래량은 신차 대비 두배 수준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loT서비스 적용을 통해 최초 1마일 문제가 해결된다면 중고차 시장은 가격 대비 좋은 제품이 거래되는 피치 마켓(peach martet)으로 변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고차 시장이 피치 마켓이 된다면 거래 시장은 더욱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고차 시장의 장밋빛 미래는 최초 1마일 문제를 해결한 블록체인 기반의 IoT 서비스가 있기에 가능하다.

(중략)

그중 하나로 우선 사업자들은 블록체인 기반의 통합인증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싱글 사인 온(Single Sign On)이란 명칭으로 운 용되고 있다. 싱글 사인 온이란 본인을 확인하는 인증을 단 한 번만 진행하면 연계된 서비스에서 추가 인증을 받지 않아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인증 과정을 떠올려 보자. 현재의 인증시스템은 본인확인기관의 본인확인 과정이나 공인인증기관의 공인인증서처럼 제3의 신용기관이 발급한 증명서를 통해 개인의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신원확인 시스템이 확립되면 제3의 신용기관이 필요 없기 때문에 한 서비스에서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고서도 논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카드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코인플러그와 협업해 2017년 11월부터 현대카드, M포인트몰, 마이메뉴로 분류되는 자사의 세 가지 애플리케이션에 블록체인 기반의 싱글 사인 온을 적용하고 있다.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서 인증을 하면 나머지 두 곳에서는 인증을 따로 진행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싱글 사인 온 시스템이 블록체인 기반의 IoT에도 적용된다면 IoT 네트워크에서 한 번만 인증을 진행해도 다른 서비스에서는 로그인 없이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싱글 사인 온은 동일한 IoT 네트워크에 포함된 서비스들 간의 인증 이력은 공유할 수 있지만, 다른 IoT네트워크에 속한 서비스에는 인증 이력을 공유할 수 없다. 즉. 싱글 사인 온은 IoT 네트워크 내부의 확장성을 넓히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IoT 네트워크 간의 확장성을 확보하지는 못한다.

IoT 네트워크 간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출된 개념이 인터체인(inter-chain) 이다. 코인원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단일 블록체인 플랫폼의 등장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블록체인도 다수의 플랫폼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제의식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선보인 개별 블록체인 플랫폼이 증가하고 있지만 각각의 플랫폼은 고립되어 있다. 또한 1세대, 2세대 블록체인이라고 불리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경우 과거의 기술과 합의체계를 사용하다 보니 확장성 측면에서 최근에 출시되는 블록체인 플랫폼보다 비교 열위인 경우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에 비해 다수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모든 플랫폼의 장점을 살리고 거래를 가능하게 하며 확장성을 개선하고자 각각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연결하는 인터체인 기술이 등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터체인은 아이콘의 루프체인(loopchain)이다. 루프체인은 개별 블록체인 플랫폼을 아우르는 인터체인으로서 정보와 암호화폐가 자유롭게 공유된다. 이를 위해 루프체인은 '블록체인 트랜스미션 프로토콜'(BTP, Blockchain Transmission Protocol)을 기준으로 잡았다. 이 프로토콜은 마치 인터넷의 TCP/IP처럼 시스템을 운용할 때의 기본적인 규약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또한 루프체인에서는 덱스라는 암호화폐 환전 기능을 도입해 서로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의 암호화폐라도 거래할 수 있다. 덱스에서는 블록체인 플랫폼 간 암호화폐의 교환비율을 정하고, 그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치 교환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기능을 통해 블록체인이 적용된 IoT네트워크에서는 네트워크가 달라도 정보 교류와 거래가 가능하다. 확장성의 벽을 허물어 통합된 IoT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6.6 6. 블록체인 IoT의 미래 가치

IoT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최적의 블록체인은 블록과 체인이 없는 블록체인이다. 이러한 발칙한 상상을 하고 있는 기업이 독일의 스타트업 '아이오타'(IOTA, Intermet of Things Application)다. 아이오타는 기존의 블록체인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블록과 체인 때문에 수수료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트랜잭션의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수수료가 발생하고트랜잭션 속도가 느린 전통적인 블록체인의 구조적 비효율성은 IoT 서비스에 적합하지 않다고 인식한 것이다.

수수료가 발생하면 블록체인이 주장하는 탈중앙화와 P2P 거래의 장점은 일부 상쇄된다. 현재의 수수료는 제3의 공인된 기관이 중앙기관의 역할을 하면서 트랜잭션에 대해 안정성을 보장함으로써 받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중앙기관을 없앤 블록체인에서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블록체인에 채굴자가 있고, 채굴자에게 보상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 수수료다. 비트코인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 여러 거래 내역을 담은 비트코인이라는 블록을 만들고, 이를 블록체인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채굴자가 필요하다. 채굴자들은 서로 경쟁하면서 블록을 블록체인에 연결시킨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문제는 채굴자들이 수수료를 받게 되면서 더 높은 수수료를 주는 블록에 대한 거래를 먼저 승인한다는 점이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수수료는 점점 비싸지게 된다.

단적인 예로 비트코인 전송 수수료와 전송 시간을 공개하고 있는 비트코인닷컴에 따르면, 2019년 4월 3일 기준으로 0.00068BTC(약3,600원)라는 적지 않은 전송 수수료가 필요하다. 만약 전송 수수료로 0.00020BTC(약 1,000원)을 지불하면 비트코인 전송이 12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수수료가 비싸지면 스마트 계약 기반의 사물 간 거래 비용이 올라간다. 디지털 자원의 공유 거래, 개인 간 전력 거래, 자율주행차의 차선변경을 위한 거래, 도시 인프라에서의 자동 거래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높아지면 P2P 거래의 장점도 점차 사라지게 된다.

수수료 발생 문제 다음으로 느린 트랜잭션은 사물 간 거래의 완결성을 방해한다. 비트코인은 10분마다 한 개의 블록, 이더리움은 14초마다 한 개의 블록이 블록체인상에 연결된다. 초당 트랜잭션 건수는 비트코인이 2.7건, 이더리움이 15건 수준이다. 이 정도의 초당 트랜잭션 속도(TPS, Transaction Per Second)가 유지된다면 2020년 기준으로 200~530억 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IoT 디바이스가 활발하게 상호 트랜잭션을 시작할 경우 실시간 거래가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에도 비트코인 거래 내역 중 블록 용량의 한계 때문에 임시로 보관되는 멤풀(mempool, 거래가 성립되지 않은 트랜잭션이 저장되는 공간)의 사이즈는 2019년 4월 3인 기준으로 50메가바이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10분에 한 번 2메가바이트의 거래 내용을 블록으로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멤풀에 저장되어 있는 50메가바이트는 25개의 블록을 만드는 과정에서 해소될 수 있다. 시간으로 따지면 250분, 4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었던 것처럼 수수료가 높은 거래가 들어오면 채굴자들이 우선 처리를 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낮은 거래는 계속 밀릴 수도 있다. 블록체인닷컴에 따르면 2019년 4월 3일 기준으로 미승인 거래 수는 약 6만 개에 달한다.

아이오타는 수수료와 트랜잭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탱글(tangle)이라는 구조를 도입했다. 우선 탱글은 블록이 없다. 전통적인 블록체인은 일정 거래 내역을 블록에 담기 때문에 블록이 만들어지는 시간과 거래 내역이 블록에 담기기까지의 대기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탱글은 개별 거래 내역이 네트워크에 기록되고 기존의 블록 역할을 한다. 블록이 없어지다 보니 블록을 생성할 때 필요한 채굴자가 필요 없고, 채굴자가 필요 없다 보니 수수료도 없어졌다. 수수료가 0원이 되면서 IoT 디바이스의 상시적인 트랜잭션에 대한 부담도 없어질 것이다.

탱글에는 체인도 없다. 블록체인은 정합성과 무결성을 위해 블록에 연결되는 체인의 개수가 한 개였다. 하지만 탱글은 다수의 거래 내역이 서로 뒤엉켜 상호 인증하고 검증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체인보다는 그물에 가깝다. 그물로 엮이다 보니 전통적인 블록체인처럼 트랜잭션을 위한 대기 시간은 필요하지 않고, 확장성을 늘릴 수 있다. 네트워크 확장성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사용량이 증가해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탱글의 도입을 통해 아이오타는 IoT 친화적인 블록체인 구조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오타는 블록체인의 개선 방안을 찾아 나선 첫 번째 프로젝트라고 불린다. 블록체인도 완벽한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미래에 더 나은 기술을 이용해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기술이다. 아이오타의 케이스처럼 블록체인은 점차 진화할 것이다. 미래에 우리 앞에 다가올 블록체인은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게 될지 기대가 된다.

7 제5장 콘텐츠, 블록체인을 만나다

...해당 장면의 길이는 10분. 영화 한 편의 스트리밍 비용은 1,300원이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한 영화 스트리밍 플랫폼을 사용하면 자신이 본 만큼의 비용만 내면 된다. 전체 영상 길이 95분 중 10분만 본다면 136원만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다른 영화도 보려고 클릭했다가 재미없어 5분 만에 꺼 버렸다. 이 영화도 본 만큼만 돈을 내면 된다. 재미없을까 봐 걱정하면서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되니 괜찮은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콘텐츠 길이만큼 비용을 지불한다면 큰 고민 없이 영화를 시청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간에 재미없으면 시청을 중단하면 되기 때문이다.

7.1 1. 중개자보다 창작자들이 우선인 세상

콘텐츠의 전반적인 수익 구조 또한 여전히 열악하다. 2017년 8월 15일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가장 보편적인 소비 형태인 월정액 스트리밍 상품에서는 재생 1회에 4.2원의 수익밖에 발생하지 않는다. 수익 자체가 적은 데다 분배 구조상 저작권자의 못 자체도 크지 않다. 소비자가 음원 한 곡을 재생하면 제작사가 수익의 44퍼센트를, 유통업체가 40퍼센트를 가져간다. 저작자는 10퍼센트의 수익만을 가져가고, 실연자에게는 6퍼센트가 지급된다. 문화 소비자들은 더 많은 콘텐츠를 쉽게 접하기 위해 중개자들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콘텐츠 시장은 중개자들 때문에 언제든 악영향을 받을 수 있고, 소비자들의 선택권까지 제한할 수 있는 '중개자들이 사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결국 콘텐츠 시장이라는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막대한 금액을 내고 있으며, 콘텐츠 제작자들은 자기 몫을 온전하게 받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자의 생계를 담보하지 못하는 현실은 결국 양질의 콘텐츠 공급에 악영향을 미친다. 다양성과 작가 정신을 버린 획일적 콘텐츠가 범람하고, 대형 유통업체를 등에 업은 작품만이 득세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콘텐츠를 위한 생태계가 오히려 콘텐츠의 목을 죄고 있는 셈이다.

(중략)

영화, 음악, 사진처럼 완결된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 중 블록체인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한 곳은 디지털 음원 유통 시장이다. 이더리움을 이용해 음원을 사고팔 수 있는 음원 직거래 플랫폼 '우조 뮤직(Ujo Music)'이 대표적이다. 우조 뮤직은 음악 산업의 불필요한 중개자들을 없애 아티스트들의 수익과 권리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설립되었다. 이 플랫폼에서는 이용자가 음원을 구매하면 수익의 대부분이 아티스트에게 48시간 안에 자동적으로 배분된다.

영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 이모젠 힙(Imogen Heap)부터 국내에도 EDM 마니아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음악 프로듀서 지라패지(Giraffage) 같은 유명 아티스트들이 이 플랫폼에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고 참여해 아티스트들의 권리 보장을 외치기도 했다. 특히 이모젠 힙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그녀는 2015년 신곡 <타이니 휴먼> Tiny Human을 우조 뮤직에 공개했다. 당시 한 곡 다운로드당 결제액은 0.45파운드(약 670원)였는데 이더리움 거래상 발생하는 소량의 수수료를 제외하고는 모두 힙의 손에 들어갔다. 가수 제임스 블런(James Blunt)가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스트리밍 1회가 일어날 때마다 나는 0.0004499368파운드(약 0.6715원)를 받는다."고 밝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후 힙은 투명하고 신속하면서 창작자를 보호하는 지불 환경뿐만 아니라 아티스트가 자기 음반 정보를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으며 음악이 사용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 마이셀리아(Mycelia)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략)

사업자의 의도가 무엇이든 수익 배분 면에서 콘텐츠 제작자들, 특히 소규모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생태계가 열린다는 것은 분명하다. 블록체인을 활용하게 되면 이른바 초소액결제miero-peyment가 가능해진다. 음원 소비자가 결제를 할 경우에 카드사나 결제 대행사를 거치지않고, 플랫폼 내에서 암호화폐로 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통 플랫폼 수수료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즉시 정산도 가능하다. 즉 한두 달 후 정산받는 기존 플랫폼의 방식이나 일정액 이상의 광고비가 적립되어야만 수표를 발행해 주고 지급에도 시간이 걸리는 구글의 방식을 벗어날 수 있다. 일반 사용자가 몇백 원 단위의 음원 사용권을 결제하는 순간 그 수익이 창작자에게 자동으로 지급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형태의 과금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존 플랫폼 사업자가 전곡 무제한 스트리밍, MP3 다운로드 30곡 같은 패키지로 정했던 과금 정책의 결정 권한이 음원의 창작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창작자는 자기 콘텐츠의 다운로드, 스트리밍 가격을 플랫폼 사업자의 간섭 없이 정할 수 있다. 소비자는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각각의 음원을 영구히 소유할 것인지, 기간제로 소유할 것인지, 스트리밍 횟수를 제한해 소유할 것인지를 선택해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음원 소비자가 특정 인디 가수를 응원하고 싶을 때 그 가수의 곡을 여러 번 반복해서 재생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을 물질적으로 후원할 수 있다.

단순히 콘텐츠를 일차적으로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아티스트를 후원할 수도 있다. 커버 버전을 제작함으로써 좋은 곡을 홍보하는 동시에 원곡을 부른 가수에게 추가 수익을 전달할 수도 있다. 아직 제작되지 않은 프로젝트를 후원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해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고, 향후 그 콘텐츠의 파생가치를 나눠가질 수 있는 투자형 소비도 가능하다.

7.2 2. 저작권과 블록체인

블록체인상에 기록된 곡들은 사용권이 오가는 스마트 계약에 의해 바로 사용료가 결제된다. 기존 플랫폼에서의 사용자 불편도 사라졌다.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DRM(Digital Right Management) 음원을 제공하거나, 특정 기기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제한도 없어졌다.

코닥원은 높은 확장성을 통해 자체 플랫폼 내에서의 저작권 이슈뿐만 아니라 외부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일에도 유연히 대응할 수 있다. 사진 인화 필름 제조업의 전통 강자, 코닥이 내놓은 코닥코인(Kodak Coin)의 등장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코닥은 2018년 블록체인 기반의 코닥코인과 이를 활용한 사진 콘텐츠 유통 플랫폼 코닥원(Kodak One)을 발표하며 디지털 세계에서 사진가의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을 보호하겠다고 나섰다.

코닥원과 코닥코인이 만드는 콘텐츠 생태계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을 살펴보자. 사진가가 코닥원 플랫폼에 사진을 등록하면 소비자가 이를 검색하고, 코닥코인을 이용해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가 사진을 구매한 후 인화하면 사진의 원작자에게 저작권료로 코닥코인이 지불된다. 코닥원은 높은 확장성을 통해 자체 플랫폼 내에서의 저작권 이슈뿐만 아니라 외부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일에도 유연히 대응할 수 있다.

코닥원은 외부 웹페이지에 존재하는 텍스트나 이미지들을 긁어모으는 크롤링(Crawling) 방식으로 자기 플랫폼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대상 이미지가 사용된 기록까지 수집한다. 외부 플랫폼에서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복제되는 이슈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한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API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코닥원 플랫폼을 직접 통하지 않아도 콘텐츠를 구매하고, 간편하게 사용료를 지불할 수 있도록 돕는다(<도표 5-1>).

코닥원 플랫폼의 구조

코닥원은 2018년 5월부터 PLP(Post-Licensing Portal, 일종의 베타 서비스) 방식 으로 실시한 시범운영 기간 중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2019년 1월 카메론 셀 코닥원 공동창립자는 코닥원을 통해 100만 달러의 저작권료가 창출됐다고 밝혔다. 사진업계에서는 코닥원이 라이브 서비스에서도 성공을 거둔다면 사진 저작권 분야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정당한 저작권료 지불 없이 무단으로 도용되는 사진에 대해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터넷 대기업 바이두 Baidu도 최근 블록체인 기반 이미지 저작권 시스템 토템Totem을 공개했다. 토템은 신원이 인증된 사용자가 플랫폼에 업로드하는 이미지에 타임 스탬프를 부여하고, 분산원장에 해당 기록을 저장해 위·변조를 막는다. 만약 다른 사용자가 같은 이미지를 업로드하게 되면, 각각의 시간 기록을 대조해 원본 여부를 가리게 된다. 또, 누군가 이미지를 사용하면 코닥원처럼 원저작권자에게 자동으로 암호화폐를 지급한다.

블록체인 시대에는 콘텐츠 저작권이 서비스상에서 명시될 뿐만 아니라 플랫폼 외부의 웹상에 떠도는 콘텐츠들에 대한 모든 권리가 보호되고 관련 흐름도 감시된다. 누군가 콘텐츠에 관련된 권한을 사용할 때에는 플랫폼 네트워크 전체 참여자의 원장에 기록이 남으며 이 기록에 따라 자동적으로 사용료가 차감된다. 불법적으로 무료 사용할 여지는 없다.

(중략)

콘텐츠의 저작권을 사고팔며 투자하는 플랫폼에서 이런 방식을 활용하면 어떻게 될까? 국내 서비스 중인 저작권 투자 플랫폼 뮤지코인(musicoin.co)은 이미 음원에 대한 저작권을 1만 원 정도의 작은 단위로 분할해 소비자들에게 매매하고, 또 소비자들 사이에서 거래가 일어나도록 하고 있다. 버스커버스커, 다이나믹 듀오, 라디처럼 '음원 강자'로 불리는 가수들 중 다수가 뮤지코인에 참여해 저작권을 매매했고 즉각적으로 매매 수익을 얻었다. 저작권 단위가 작기 때문에 한 단위에서 발생하는 수익 또한 몇천원 수준이다.

여기에 블록체인이 도입된다면 수수료 부담 없이 더욱 빠르게 소액의 정산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 정산 담당자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다양한 플랫폼이나 해외에서의 저작권 사용도 빠짐없이 수익 정산 내용에 빠르게 포함시킬 수 있다. 이러한 분할 저작권 형태는 훌륭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만 음반을 발매할 자금이 부족하거나 치열한 시장에서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마케팅 또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소규모 아티스트들에게 도움이 된다.

7.3 3.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와 생태계

7.4 4. 소셜미디어의 새 막이 열리다

이런 가짜 뉴스들은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를 통해 유통되면서 SNS를 선동과 오해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SNS 이용자가 자신과 유사한 성향을 가진 이용자만 팔로우하면 페이스북에서는 이용자 성향을 분석해 유사한 정보를 피드에 우선적으로 보여 준다. 그런 덕분에 이용자들은 가짜 정보를 더욱 빠르게 공유하고 각종 의견을 수시로 교환한다. 정치 면에서는 더욱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각자의 성향에 따라 나뉘어 닫힌 세계 안에서 가짜 사실이 공유되면 결국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의 집단과의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고, 그로 인해 메울 수 없는 사회적 간극이 발생한다. 결국 SNS를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공간으로 여기게 만들어 플랫폼과 플랫폼상에 존재하는 콘텐츠의 가치마저 떨어뜨린다.

7.5 5. 블록체인 저널리즘

저널리즘에서는 진실(truth)과 사실(fact)라는 말이 엄격히 구분된다. 사실이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언제 어떤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것처럼 그 자체로 진위 여부를 따질 수 있는 정보의 단편이다. 반면 진실이란 사실로 추론할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의 의도 또는 사실 정보를 조합해 이끌어낼 수 있는 담론들의 의미가 더해진 일련의 정보덩어리다.

(중략)

7.6 6. 콘텐츠의 미래

블록체인 미디어에서는 플랫폼에 관심을 갖고 기여하는 사용자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더 많은 이익을 취하도록 하는 것 자체로 홀륭한 동기부여 방식이 된다. 1인 1표 방식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도출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의결권 행사에 대해서 일부 보조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이에 착안해, 일부 미디어들은 이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바탕으로 너무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제곱 투표(quadratic voting) 방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2013년 시카고대학교 에릭 포스너 교수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수석 연구원 글렌 웨일이 자신들의 저서 《래디컬 마켓》 Radical Markets 에서 제시한 방식이다.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투표자는 플랫폼 화폐로 표를 구매하되, 구매 가격은 표 수의 제곱을 따른다. 예를 들어 1표를 행사하는 데는 1개
분량의 암호화폐가 필요하지만, 10표를 행사하려면 그 제곱인 100개 분량의 암호화폐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고래 유저들이 어느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되, 지나칠 정도로 다수의 표를 구매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 미디어 플랫폼 내의 콘텐츠에 대한 질적 관리도 중요하다. 블록체인 미디어에서는 중개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콘텐츠 제작자의 진입장벽이 낮다. 즉 누구나 뉴스나 블로그를 작성할 수 있으며, 포털 사이트 뉴스 편집자와 같은 단일 거대 중개자로부터 자유롭다. 하지만 감시자가 없기 때문에 질 낮은 콘텐츠가 등장할 수 있다. 중개자의 필터링이 없는 만큼, 편향된 뉴스나 질이 낮은 칼럼도 플랫폼에 쉽게 등장할 수 있다. 결국, 고품질 목록을 원하는 소비자와 콘텐츠 리스트에 진입하기를 원하는 제공자 사이에 조율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등장한 것이 이르바 토큰 '큐레이션 등록 방식(TCR, Token Curated Registries)이다.

블록체인 기술 중 하나인 오션 프로토콜의 화이트 리스트, 앞서 말한 블록체인 미디어 시빌의 뉴스룸 관리가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시빌의 뉴스룸 또는 오션 프로토콜의 화이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자 하는 콘텐츠 공급자는 일정량의 암호화폐를 예치하고 등록을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반대하는 플랫폼 참여자는 예치금만큼 암호화폐를 걸고 새로운 공급자 등록에 반대할 수 있다. 다른 참여자들은 암호화폐를 걸고 투표해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 찬반에 걸린 암호화폐 수량에 따라 결과가 정해지면, 이긴 쪽이 진 쪽의 암호화폐를 나눠 갖는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득 때문에 많은 참여자가 시스템에 참여하게 되며, 이로써 콘텐츠 리스트의 질이 유지될 수 있다.

이외에 블록체인의 특성 중 최근의 콘텐츠와 미디어 트렌드에 반하 부분도 발견되고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블록체인상에 기록된 콘텐츠는 쉽게 수정되거나 삭제될 수 없다. 따라서 악질적 콘텐츠를 포함해 선의의 사용자들이 삭제를 원하는 콘텐츠도 계속 플랫폼상에 존재할 수 있다. 어떤 콘텐츠는 존재 자체로 고통을 안긴다.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자들이나 죽은 가족의 기록을 영구 삭제하는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를 마주한다면 괴로운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용자들의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가 이야기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하반기 스팀잇의 국내 모임을 비롯해 다양한 블록체인 미디어 관계자나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콘텐츠 삭제와 관련된 논의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또 기능 면에서는 서비스별로 프로세스와 서비스 속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테면 컴퓨팅 파워를 분산하기 위해 P2P 방식으로 운영되는 동영상 서비스의 경우 지연현상이 빈번히 발생한다. 앞서 설명한 스트리밍 플랫폼 디튜브의 경우 구조상 사용자가 늘어나면 끊김 현상이 더욱 빈번히 발생할 것이고, 이로 인해 플랫폼을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서비스에 따라서는 별도 미디어 서버를 구축해 이를 보완할 필요도 있다. 이런 경우, 해당 서버 등에 대한 보안 유지 등도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콘텐츠와 미디어 업계는 당면한 과제들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계속하며, 블록체인이 제시할 수 있는 미래에 희망을 걸고 있다. 앞서 논한 의결권과 잊힐 권리, 서비스 속도와 같은 지엽적인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면 블록체인은 콘텐츠와 미디어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8 제6장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

8.1 1. 모든 산업을 재정의하다

볼링장이 처음 등장했던 1950년대에는 볼링핀을 세우는 아르바이트가 있었고, 1980년대에는 엘리베이터 안내원이 있었다. 그러나 AI와 로봇으로 인해 도래할 새로운 사회에는 그 어떤 소일거리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제도와 의식이 정립되기 전까지 과도기를 겪어야 하는 젊은이들은 사상 최악의 구조적 실업에 시달릴 수도 있다.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지만 마땅한 일자리도 기본소득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해결책 중 하나는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할 수 없고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작업을 찾
는 것이다. 암호화폐 경제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서비스들 중 일부에 참여하는 것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8.2 2. 로봇과 더불어 잘사는 방법

(중략)

다양한 논의를 통해 인류 공동체에서 세운 가이드라인을 블록체인의 제네시스 블록(Genesis Block, 가장 처음에 생성된 블록)에 기록한다면 인공지능 로봇의 행동을 인류의 바람대로 컨트롤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8.3 3. 새로운 민주주의의 탄생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나태한 정치인들을 선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고, 직장인들이 회사에 가는 것처럼 국회의원들은 국회 본회의 참석이 가장 기본적인 의무 사항이다. 2019년 1월에 참여 연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의 국회본회의 평균 참석률은 89.68퍼센트다. 기본적인 의무임을 감안한다면 참석률이 높다고 할 수 없다. 심지어 출석률이 50퍼센트대인 국회의원들도 있고, 본회의에 참석해 출석체크만 하고서 사라지는 국회의원들도 많다고 한다. 국회 출석 정보가 블록체인 원장에 기록된다면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열심히 의정 활동을 하는 국회의원들도 확인할 수 있다.

정치후원금 관리에도 블록체인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현재는 내가 보낸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쉽게 알 수 없다. 일정한 절차를 밟아야만 후원금의 사용 내역을 알 수 있는데 이마저도 정확한 정보라 확신할 수는 없다. 일부 정치인들이 후원금으로 한끼에 100만 원이 넘는 식사를 하고, 개인 차량을 구매하는 데 후원금을 사용한다는 뉴스도 있었다. 정치후원금에 블록체인이 적용되어 암호화폐 기반으로 후원금이 유통된다면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내가 보낸 후원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도 일일이 확인할 수 있다. 투명한 기부 문화를 기반으로 건강한 정치를 구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후원금을 낸 개인은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를 통해 연말정산에 필요한 후원금 내역의 증빙 수단으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2000년 이후 금융, 미디어, 제조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들은 IT와 신기술을 기반으로 꾸준히 발전했다. 하지만 정치 분야는 20년 전이나 10년 전 그리고 지금도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적어도 다른 분야만큼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이제는 국민의 수준에 맞춰 정치도 발전해야 한다. 그 기회는 블록체인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블록체인은 정치의 투명성, 신뢰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투표 시스템을 도입해 투명한 선거를 치르고,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선거에서 내세웠던 공약을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으로 관리해 공약 이행률을 추적할 수도 있다. 또한 정치후원금이나 복지 예산 등도 블록체인을 통해 어떻게 운용되고 사용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국내에서도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와 호주의 플럭스(Flux)처럼 블록체인을 적극 활용하는 정당이 탄생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신뢰성은 정치의 자정작용을 촉진시킬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을 위해 움직이는 진짜 정치인들이 주목받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블록체인 민주주의가 주목받게 될 것이라 믿어 본다.

9 에필로그

결국, 디지털 시대를 막고 있는 마지막 문제는 신뢰다. 우리에게는 반 절대적인 신뢰 시스템이 필요하다. 모든 거래 과정과 기록,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시할 수 있으며 악의적 공격에도 끄떡없는 시스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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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연결된 인증 분야에서는 기존각 은행에서 번거롭게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고 관리하던 형태에서, 생체 정보를 블록체인 상에 등록하여 이와 연결된 모든 금융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인증 방식이 가능하게 되었다. 보험 분야에서는 개인의 자동차, 의료 기록 등 모든 민감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여 합리적인 보험료 책정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했다.

쉽게 위조할 수 있어 믿을 수 없는 정보들도 신뢰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대표적인 경우가 유통 분야이다. 원산지, 생산 일자, 유통 과정과 처리 방식 등 모든 정보가 블록체인 상에 기록되며 소비자들은 안전한 식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고가 와인의 위조품, 모조 의약품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소비자를 해방시키는 방안도 제안되었다. 제품에 대한 이력을 기록하고 변조할 수 없게 해 안심하고 이용할수 있는 중고거래 서비스도 등장했다.

기존의 생태계에 존재하던 불필요한 중개자도 배제할 수 있게 되었다. 콘텐츠의 저작권 등록과 관리, 판매, 중개 등이 스마트 계약을 제공하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며 수수료가 고스란히 아티스트의 손에 쥐어지도록 하는 대안 콘텐츠 유통 서비스가 등장했다. 또한 서로 다른 형태의 정보가 기록되어 통신망을 통해 서로 교환되고 화폐와 연결되는 IoT 시스템의 단초도 서서히 마련되고 있다. 이와같은 시스템이 발달하면 부동산이나 자동차와 같은 자산의 소유 및 사용권부터 미래에는 각 가정에서 생산되는 태양열 에너지의 거래까지, 모든 것이 디지털로 기록되어 자동 처리가 가능한 스마트 시티가 구축될 전망이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이 극단적으로 발달하고, 서비스들이 효율적으로 재편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블록체인은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추상적인 말로 일컬어지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 보다 분명한 청사진, 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는 이 새로운 신뢰 시스템을 통해 자산의 소유를 넘어 공유, 재사용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보았다. 코앞에 다가와 있는 로봇과의 공존 시대에,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윤리적 가이드로서도 작용할 수있을 것이라고 논했다. AI의 힘을 빌어 노동이 사라지는 시대에 과도기적으로는 블록체인 노마드족이 등장하고, 또 결과적으로는 블록체인 시민운동을 통해 기본소득 이외의 경제적 이익과 자신이 속한 블록체인 생태계가 추구하는 신념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치적으로는 일부 국가와 지자체에서 시도하고 있는 블록체인 투표를 넘어 공약이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불이행시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지는 등 정치적 불신을 타파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렇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다루고자 한 것은 표제 상으로는 '블록체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의미로 막연히 일컫는 '미래 사회'로 가기 위해 무엇이 충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제안이었으며, 결국은 다른 기술 및 사회 변화의 흐름과 블록체인이 만났을 때 그려지는 새로운 미래였다.

블록체인으로 인해 비로소 새로운 방식의 신뢰가 등장하고 기존의 시스템이 재편되며 경계가 무너지는 지금, 우리는 진짜 디지털 시대로 가는 갈림길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책을 덮고 난 후 여러분은 블록체인의 발전상을 보며, 어쩌면 저자들이 보지 못한 미래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어떤 새로운 해답을 얻게 되든, 갈림길 너머의 미래에서 모두가 상상하던 것 이상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