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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말말

3,109 바이트 추가됨, 2019년 11월 30일 (토) 00:32
18회
=== 18회 ===
 
* 미친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결혼을 둘째 치고 그냥 당장 같이 살자는 여자한테 '청혼은 내가 한다', '정식으로 결혼해서 데리고 오겠다'는 건 뭐냐? 맨날 껴안고 뒹굴고 같이 자고 같이 일어나고 싶으면서 여자 위해 주는 척 마음에도 없는 소리나 해 대고. 도대체 몇 번을 죽었다 깨어나야 정신을 차리냐?
 
* 결혼은 사랑으로 하는 게 아니고 의리로 하는 거라고 생각하네. 헤어질 땐 손가락 하나 끊을 각오 하고 하는 게 결혼이야. 그러니 오래오래 살아.
 
* 다시 만난 태진과 해영의 대화.
<nowiki>
해영: 나중에 여자 만나면 어디까지 솔직해져야 하냐?
해영: 여자한테 못 할 말은 하나밖에 없어.
태진: 알았다. 미안해.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건 네 운명이었나 보다. 더 좋은 남자 만날. 행복해라. 진심이야, 진짜로.
해영: 태진씨. 착한 남자였던 건 사실이야.
태진: 고맙다.
</nowiki>
 
* 불행하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마음을 꽉 틀어막고 살았던 나. 그리고 그런 나에게 날아들어 온 여자. 그녀의 말대로 난 감정 불구였다. 내가 불행한지 행복한지도 모르고 살았던 감정 불구. 웬만해선 마음을 고쳐먹을리 없는 아주 심한 감정 불구였기에. 죽는 순간을 미리 봤어야만 했던 것 같다. 죽는 순간에 뭘 후회하는지. 그렇게 다치고도 또 사랑, 또 사랑을 외치며 겁 없이 달려오는 그녀를 보면서. 마음은 형체가 없어 언제든 새것이 될 수 있는 양. 겁 없이 풀어헤치며 달려오는 그녀를 보면서 이상하게 안심이 됐고 그녀의 옆에 있고 싶었다. 나한테도 그 기운이 옮겨 오기를 바라면서. 이제 내가 채워 줄 차례.
 
* 죽기 전에 서로의 손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써 가며 기어가는 이 장면. 수많은 영화에 나오는 이 장면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안다. 왜 그렇게 상대의 손을 잡기 위해서 힘들게 움직였는지. 곧 어디로 갈 거 같은데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는 공포. 완전히 혼자가 된다는 공포. 그 공포의 순간에 애타게 갈망하는 누군가의 손. 혼자가 아니라고 확인받고 싶어하는 손. 손만 잡아지면 그 공포는 사라진다. 모든 공포를 사라지게 하는 힘. 아마도 그건 그대라는 존재의 힘.
 
* 괜찮아. 내가 금방 가. 좀만 있어.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 죽다 살아난 사람은 생을 다르게 살아간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마음, 행복한 마음. 그것만이 전부. 지금 더할 수 없이 편하고 행복하다. 모두에게 고맙다.
 
* 함께하면서 울고 웃었던 시간. 쓰고 달았던 시간. 무너지고 일어났던 시간. 아마도 생의 마지막 날, 그런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 살아주십시오. 살아있어 고마운 그대.
[[분류:알쓸신잡]]
[[분류: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