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뀜

둘러보기로 가기 검색하러 가기

말하기를 말하다(책)

4,024 바이트 추가됨, 2020년 7월 8일 (수) 22:27
편집 요약 없음
짧게나마 완벽한 침묵의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은빛 실핏줄로 이어져 있다.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에, 누군가했던 말은 기억 속에 새겨지지만 우리가 나눈 침묵은 심장에 새겨진다. - 167~169쪽
 
=== 그런 것까지 굳이 말로 해야 됩니다 ===
 
눈치는 아시아 문화권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조밀하고 중요한 곳에서 발달하는 기술로, 상대방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그 기분이나 의도를 알아차려 전체의 조화를 해치지 않도록 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 171쪽
<hr>
 
영어권에서는 ‘상대가 말을 못 알아들으면 그 책임이 발화자에게 있기 때문에 상대가 알아들을 때까지 몇 번이고 정확히 설명해줄 의무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무릎을 쳤다.
 
(중략)
 
한국말은 말하는 사람에게 책임이 있지 않고 듣는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 그리고 듣는 사람은 상대가 말하지 않는 것까지 들어야 한다. 게다가 이 책임은 주로 관계에서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만 지워진다. 그러니 내가 관계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면 나는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눈치껏’ 나의 비위를 맞추게 돈다(물론 상대가 어려워서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 또는 나를 위해 상대가 굳이 말하지 않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높은 차원의 능력이다. 그것은 때때로 대화와 관계를 아름답고 풍성하게 하지만 그것만으론 이루어지는 대화나 관계는 인간계에서는 불가능하다).
 
(중략)
 
‘’’내가 뭘 원하는지 콕 집어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채주길 바라는 마음도 어느 정도 선이 있지. 갈등으로 번질때까지 말하지 않으면 서로간에 불필요한 감정만 소모될 뿐이다.’’’
 
제발 말을 하자. ‘그런 것까지 굳이’ 말로 해야 한다.
 
(중략)
 
상대가 내 마음을 모른다면, 말하지 않은 나의 책임이다. 광고 삽입곡으로 널리 알려진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노래는 정겹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국 사회에 끼치는 해악도 만만찮다.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모르다고 가정해야 제대로 된 대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상대를 자꾸만 미루어 짐작하며 발언의 숨은 의도를 캐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정말 피곤하다. 상대는 당신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납작한 세계까 아니다.’’’ 상대의 의중을 알아내려 끙끙대는 사람보다는, 하는 말을 담백하게 듣되 의아한 게 생기면 확인을 하는 사람이 나는 더 좋다. 우리, 양지에서 대화를 하자.
 
‘’’원하는 바를 정확히 말하는 연습만 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의 질은 훨씬 나아진다.’’’ 더욱 중요하게는 마음에 응어리가 덜 지고, 상대나 주위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게 된다. 나의 경우 상대를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이 쌓여갈 때, 그게 많이 쌓여서 덩치가 커지기 전에 상대에게 직접 말하는 연습을 했다. 대신 감정을 싣지 않고 예의를 갖춰서 말하려고 노력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말해서 관계가 나빠진 경우는 없었고, 오히려 관계가 더 단단해졌다. 내가 그렇게 말함으로써 상대도 나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을 때 부담없이 말할 수 있게 되어, 나 또한 대인관계에서 좋은 피드백을 얻게 되었다.
 
‘’’관계를 정말로 존중한다면 그에 들여야 하는 노력은 예의를 갖춰 정확히 말하려는 노력이지, 참고 또 참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게 전자는 느슨해진 나사를 조이고 기름을 쳐서 관까 오래가게끔 정비하는 것이고, 후자는 쉽게 나올 수도 있었던 상처들을 덮고 덮어 곪게 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나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은 착각일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대부분 상대도 나를 참아내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예의를 갖춰서 정확히 말을 꺼내보라. 그럼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 171~175쪽
 
 
 
 
 
 
 
<hr>

둘러보기 메뉴